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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나만
대갈맞나 | L:47/A: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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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2 | 작성일 2019-01-19 00: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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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나만

얼마 전에 친구의 형이 죽었다.

 

나는 친구(일단 G라고 해두자)의 집에 가서 분향을 올렸다. G와 나는 오래전부터, 그야말로 가장 오래된 기억속에서도 얼굴이 생각나는 그런 정도의 친구사이였다.

 

그래서 G의 형도 G와 비슷한 정도의 오래된 기억에 남아 있었다.

 

G의 형은 열중하는 성격이라고 할지 학자타입으로 대학에 대학원까지 다니며 연구실 조수가 되어 오로지 연구만 하고 있던 것 같다.

 

붙임성도 좋지 않고 교수의 말도 종종 무시하며 자신의 일만 하고 있어서 「고지식한 괴짜」라고 여겨졌던 모양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버섯이었나 점균이었나 아무튼 그런 연구였던 것 같다. 장장 4년동안의 결과를 집대성한 논문을 올렸던 바로 직후였다.

 

그것은 그의 최후이자 최고의, 확실히 인생을 건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자신도

 

이 걸 끝내면 인생 종쳐도 좋을 정도야

 

라고 종종 말했다고 한다.

 

G도「그런 말을 항상 들었지」하며 눈썹을 여덟 팔(八)자로 해서 울다가 웃다가 했다.

 

「그렇지만 진짜 그렇게 되리라고는……」

 

「형은 정도껏 한다는걸 몰랐으니까」

 

라고 말하며 또 울다가 웃다가.

 

「나 오늘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

 

「좋아, 형도 기뻐할 거야. 뭣하면 잠자도 좋고」

 

그래서 나는 그의 집에서 함께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래도 형은 저걸로 좋은 거겠지」

 

하고 G가 말했다.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형은 이제 이 세상에서 할 일을 모두 끝냈기 때문에 하늘로 돌아간 거야」

 

G는 그렇게 납득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단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다. 누구나가 그의 죽음으로 천명에 가까운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만족하며 죽었겠지」

 

하며 혼잣말로 속삭이며 울었다.

 

관위쪽의 만들어진 작은 창안으로 보이는 얼굴은 편안하고, 살짝 미소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긴장이 풀어졌는지 나는 자리에 눕자마자 잠들어 버렸고, 꿈을 꾸었다.

 

공중변소에 있는 것과 같은 타일들이 붙은 복도에 있었다. 어디까지 계속 되고 있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 끝이 없는 복도였다.

 

스님이 있었다.

 

가사를 몸에 감고,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복도 끝을 향해서 걷고 있는 그 등은 비단처럼 빛나고 있다.

 

그리고 소를 타고 있는 그가 있었다. 소는 하얗고 컸으며 스님은 소를 당기며 걸었다. 그는 소의 등에 탄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손을 모았다. 눈물이 나왔다.

 

아아, 역시 그는 천국인지 정토인지 거기에 가는 거구나하고 생각했다.

 

문득 옆에서 기척을 느꼈다.

 

G가 있었는데 그도 손을 모으며 뺨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외에도 어느새 모였는지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있었다. 낯익은 얼굴도 있었고 낯선 얼굴도 있었는데 모두 한결같이 목을 늘어뜨려 합장 하고 있었다.

 

모두 진심으로 감동하고 있었다. 이것이 생을 다한 인간의 승천이라고 생각했다.

 

모두 그를 전송하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휙 뒤돌아 보았다.

 

잔뜩 찌푸린 채 우는 얼굴이었다.

 

모두……

 

라고 그가 말했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흔들거나 했다. 그는 더욱 얼굴을 찌푸리며 떼를 쓰는 어린아이같은 얼굴이 되었다.

 

싫어! 싫어! 무서워! 죽고싶지않아죽고싶지않아죽고싶지않아! 누군가, 누군가!

 

그는 이쪽으로 몸을 향하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뒤쫓아 왔다.

 

소는 머리가 없었다.

 

빨랐다.

 

우리들은 도망쳤다. 뒤쫓아 오는 그의 얼굴은 무시무시했다.

 

어째서 나만이야, 싫어싫다고! 겨우 이제부터인데! 싫어, 어디로 가는 거야! 무서워! 누가 함께 가자! 누군가 함께 가자! 무서워무서워

 

일직선인 복도를 따라 우리들은 오로지 달렸다.

 

 

 

 

「아」

 

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깨어났다. 옆에는 G가 땀에 흠뻑 젖어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이상한 꿈을 꿨어」

 

「나도」

 

같은 꿈이었다.

 

G의 형에게 쫓기는 꿈이었다.

 

미쳐버린 아이같은 그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엄청나게 섬뜩한 얼굴이었다. 우리들은 서둘러 그의 관으로 향했다.

 

혹시 그의 얼굴이 지금, 그 섬뜩한 얼굴로……

 

하던 도중에 G의 아버지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이런. S씨가 병원에 실려갔대」

 

「S씨요? 형의 동료였던?」

 

「장례식에 오던 길이었던 모양이야. 하치오지 근처에서 사고가 났다고 하니. 졸음 운전이라는 것 같은데. 휴, 이런 때에 어찌하면 좋을까?」

 

그 말에 우리들은 대답할 수 없었다.

 

우리들은

 

「S씨의 그 뚱뚱한 뱃살 때문에 충격을 흡수해서 죽진 않을 거야」

 

하고 농담까지 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나는 꿈속에서 S씨도 함께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는 걸음이 아주 느리다.

 

G가 손짓을 하기에 관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관위쪽의 창이 열리고, 그의 얼굴이 보였다.

 

얼굴은 편안하고, 살짝 미소짓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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