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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밭 주인
대갈맞나 | L:47/A: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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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95 | 작성일 2019-01-21 00: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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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밭 주인

지금의 내 남편은 상상조차 못하겠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야말로 말괄량이였다.

 

시골 변두리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의 사내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어릴때는 여자쪽의 성장이 더 빠른 때문인지 내가 골목대장격이었다.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산을 헤매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힘겨루기도 하고……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것은 역시 서리였다.

 

닭서리를 할 때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드문 일이었고, 대부분 과일 서리를 했다.

 

더운 여름이라면 역시 수박서리!

 

우리들은 동네 수박밭이란 수박밭은 모조리 점령했지만 딱 한곳만은 어쩌질 못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쪼잔하게 생긴 아저씨가 주인이었는데 몇해전인가 아내와 크게 싸우고 나서 아내가 집을 나가버려 혼자 살고 있는 홀아비였다.

 

시내 술집 마담과 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종종 들리곤 했다. (마담은 남편이 있는 유부녀)

 

제아무리 간큰녀석이라도 그 아저씨가 부지깽이를 들고 눈을 부라리며 쫓아오면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여어, 천하의 골목대장 후미오도 저 아저씨는 무서운가 보네?」

 

가끔 아빠가 지나가는 말로 나를 놀렸다.

 

우리동네에서 그집 수박이 가장 달콤하고 맛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분했다.

 

이번에도 안된다면 연속 3년 실패!

 

이제 이건 자존심 문제다!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 밤, 내 부하들중 가장 날쌔고 순발력 좋은 아이들 3명을 뽑아서 그 수박밭으로 향했다.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수박을 잔뜩 들고 갈테니 비밀 아지트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들키지 않도록 옷은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 얼굴과 손은 검게 칠을 했다.

 

그런데 수박 한개를 따고, 두개째를 따려는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그 쪼잔한 아저씨가 큰 소리로 욕을 하면서 우리를 쫓아왔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부지깽이를 들고 오는 아저씨 때문에 우리는 또다시 그냥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특공대 4명은 빈손으로 아지트에 돌아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아이들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우리들을 다독여 주었다.

 

어린 마음에도 '아, 이런게 우정이구나' 하는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수박을 먹을때면 가끔 그 때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눈을 부라리며 쫓아오던 수박밭 주인 아저씨

 

그리고 그 뒤에서 새하얀 얼굴만 둥둥 뜬채로 아저씨를 노려보고 있던 아내

 

 

 

 

몇해전인가 그 아저씨는 술집마담의 남편인 야쿠자에게 칼을 맞아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사과정에서 수박밭 한가운데 묻혀있던 아내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동네 어른들은 우리가 왜 수박서리를 실패했었는지 지금도 모르고 있겠지……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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