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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미캉 | L:42/A: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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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67 | 작성일 2019-07-14 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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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학교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선배께선 어릴 적에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께서 치매로 고생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알시다시피 치매라는 게 본인도 힘들겠지만 가족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터라, 할머니께서 가끔 정신을 찾으시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방에서 울곤 하셨다는데...

어느 날 선배께서 학교에 다녀오니 아무도 없고 집 안이 조용하더랍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주무시다가 또 우시나 싶어 방문을 열었는데 그만 뭔가를 보고 말았답니다.


...할머니께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그렇게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장례준비로 집안은 한동안 부산스러웠습니다. 우선 병환으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서 이런저런 문제도 있었지만, 치매로 인해 고민하다 목을 매어 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지어져서 장례는 순탄하게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장례가 끝나고 할머니의 빈 방을 청소하고 정리하던 중 선배는 방 한구석 이불더미 속에서 낡은 반지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할머니의 반지인 모양인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선배는 할머니의 유품으로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에 몰래 그 반지를 지갑에 넣어두셨다고 합니다.

장례가 끝나고 얼마 후 집안에서는 진혼굿을 하게 되었답니다. 아무래도 돌아가신 것이 좋게 돌아가신 게 아니니 용한 무당을 불러 한번 굿을 해서 할머니의 혼을 위로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굿이 한창 시작되고 선배께선 호기심에 굿을 구경하고 있는데, 무당이 한참 춤을 추다가 갑자기 온몸을 떨더니...

"내가 목매달아 죽는데 집안에 아무도 없어.. 다 어디로 내뺀거야. 배가 고파 죽겠다..."

...꼭 할머니께서 살아계셨을 때의 목소리... 그 쉰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일제히 가족들이 잘못했다고 빌기 시작했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무당이 갑자기 선배 앞으로 다가오더니 선배와 눈이 마주쳤는데, 선배는 순간적으로 할머니 얼굴을 본 듯한 생각이 들어 눈을 피해버렸답니다.

"반지."

"예?"

"반지 말여... 그거 내꺼여... 내 가져갈 것이여..."

선배는 너무 공포스러웠던 그 순간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시신을 발견했던 그 순간보다도 더 무서웠던 순간이 바로 그때 무당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선배가 떨리는 손으로 지갑에서 반지를 꺼내자 다시 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지 얘기는 누구에게도 한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로 선배는 귀신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죠.

[투고] 스머팻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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