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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토끼
미캉 | L:42/A:604
1,795/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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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212 | 작성일 2019-07-14 16: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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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토끼

갱년기라고요?" 의사 얼굴에 주먹을 내다 꽂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외쳤다. 그는 조용히 내 의료 관련 서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분 나잇대에서도 종종 경우가 있습니다."

"내 나잇대요?" 이를 꽉 물며 말했다, "마지막 검사 때는 괜찮은 거 아니었어요?"

"맞아요," 의사는 나를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현상이 드무냐고요? 맞아요, 하지만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스트레스성일 수도 있어요," 이것이 일시적인 진단이기를 바라며 내가 말했다.

"이제 더는 난자를 생산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레베카," 의사는 서류를 닫으며 대답했다.

그가 여성의 몸에 대해서 내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지만, 내 신경은 온통 5살난 내 딸, 아멜리아에게 쏠려 있었다. 애한테 동생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걸 대체 어떻게 설명하지.

"부활절을 즐겁게 보내도록 노력해보세요, 레베카," 진료실을 나서는 나를 향해 의사가 주저하며 말했다.

주차장을 떠나자 눈물이 터졌다. 아멜리아와 남편, 윌리엄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 속에 있는 눈물을 최대한 짜내고 싶었다.

"윌리엄에게는 어떻게 말하지?" 나 자신에게 반문했다. 그러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왔어, 여보?" 내가 문을 다 열기도 전에 윌리엄이 인사했다. 아멜리아가 그이 옆 소파에 앉아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응, 왔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 상황이 나쁠지 몰라도, 내가 진정 감사하는 존재가 내 앞에 있으니까.

"검사는 어땠어?" 윌리엄의 목소리에 걱정이라곤 묻어나지 않았다. 그래, 상상도 못하겠지. 내 몸이 잘못되어간다는 징조가 전혀 없었으니까.

"괜찮았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아멜리아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줬어," 남편이 키득대며 말했다.

"그랬어?" 안락의자에 몸을 묻으며 내가 말했다.

"부활절 토끼를 봤어요!" 아멜리아가 소파에서 뛰어내릴 기세로 외쳤다.

"잘했네, 우리 아가," 정신이 팔렸을 때 자동으로 나오는 전형적인 엄마의 대답으로 아멜리아의 말에 화답했다.

"지난 밤 엄마 방에서 봤어요."

아멜리아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딸의 표정은 바뀌어있었다. 아마 내 표정이 성에 차지 않은 모양이었다.

리모콘을 가져다가 넷플릭스를 켜고 시청 중인 컨텐츠 목록에 있는 첫 번째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외계인 납치와 정부 음모론에 얽힌 현학적인 다큐멘터리가 재생되는 걸 보아하니 아마 윌리엄이 마지막으로 시청한 모양이었다.

"부활절 토끼가 왜 이렇게 빨리 왔을까, 아멜리아?" 남편이 딸애 말에 맞장구쳐주며 말했다, "부활절까지 아직 몇 주나 남았는데."

아멜리아는 대답을 하려다가 멈추고, 갑자기 TV를 가리켰다.

"쟤였어요!" 딸이 크게 외쳤다.

윌리엄과 내 눈이 동시에 TV로 향했다. 화면에서는 어느 화가가 표현한 회색 외계인 그림이 나오는 중이었다. 전형적인 둥글납작한 머리, 아몬드 모양의 검은 눈동자, 그리고 앙상한 체격까지. 남편과 나 둘 다 벙찐 상태로 어서 아멜리아가 웃으며 장난이었다고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이들이 여성을 주로 납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합니다," 영상에서 내레이션이 흘러나왔지만 나는 소리를 줄여버렸다, "인간 여성 신체의 생리학적... 생식계... 외계인과의 결합입니다."

"쟤가 뭐라고 했는데 까먹었어요," 아멜리아가 투덜대듯 말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시 내레이션이 들려왔다, "이들은 납치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수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난자!" 아멜리아가 외쳤다, "걔가 그거 필요하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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