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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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상만덕은 조용한 방에 혼자 앉은 채 얼마 전에 일어난 '세계정부 특사 습격 사건'을 분석하고 있었다.
'세계정부가 발해에 박일표를 보내 동맹 제의를 했고, 그 와중에 우리쪽 사람으로 추정되는 괴한에게 피습을 당했다... 물론 그 괴한은 우리쪽 사람이 아니야.'
그 상황을 단순히 해석하면 '발해와 Neo NOX 간의 불화'를 노린 세계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건 박일표 치고는 너무나도 일차원적인 방식이라는게 문제였다.
'그래... 이건 우리 Neo NOX를 이용해 세계정부를 견제하고, 여우 자식 본인은 그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겠다는 수작!! 우선은 네 장단에 맞춰주마. 우리 측에는 네놈이 놓친 '큰 변수'가 있거든...'
박일표의 메세지를 파악한 상만덕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으나,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신도 한 명이 방으로 황급히 뛰어들어왔기 때문이다.
"비숍!! 키메라가 또 날뛰고 있습니다!!!"
"...어디?! 어딥니까?!!"
상만덕은 신도에게 위치를 듣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뛰쳐나갔지만, 도착해보니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엇모리가 새벽 까마귀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언덕을 쌓은 뒤 그 위에 걸터앉아 있던 것이다. 물론 탐의 재생력이라면 어지간한 신체 손상은 회복이 가능했지만, 재생력을 뛰어넘는 피해를 입어 진짜로 죽어버린 자들도 꽤 보였다.
"대체... 이번에는 또 왜... 이러신 겁니까..."
상만덕은 기절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그렇게 물었지만, 엇모리는 오히려 화를 내며 대답했다.
"도대체 병사들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 병사라면 언제든지 전쟁에 나설 채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짐이 직접 벌한 것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또 별 것도 아닌 일로 꼬투리를 잡은게 틀림없었다.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었다.
'대체... 언제까지 저 녀석의 패악질을 지켜봐야 하는거지...?'
애초에 엇모리가 깨어나자마자 가장 처음 했던 일도 제천대성을 흉내낸다는 죄를 물어 '중모리'를 죽이고 근두운과 7주인을 빼앗은 것이다. 그날 이후 상만덕에게는 매일이 지옥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엇모리의 '힘'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모리가 신분을 위장하고 GOH에 참가하고 있는 이상,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일이 터지게 되어 있다...'
박무봉은 매년 GOH 결승전이 끝난 후 선수들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정상 회의보다도 우선시되는 중요 이벤트였으니 갑자기 올해만 불참할 리도 없었다. 아마 진모리는 바로 그 순간만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동쪽 세력도 거의 확실히 진모리에게 가세한다고 봐야 했고, Neo NOX는 그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 어부지리를 노릴 생각이었다. 그날이 오면, 지금껏 골칫덩이였던 엇모리는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전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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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 스케줄 상으로는 4강전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이었지만, 경기장에는 단 한 명의 관중도 없었다. 관중석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사실은 다른 장소에 있는 관중들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전송되고 있는 것 뿐이었다.
저번 8강전에서 파니메르의 차력에 관중들이 휘말리는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 이후의 경기들은 안전상의 문제로 '무관중'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GOH 관람 티켓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홀로그램으로 실제와 거의 비슷한 라이브 중계가 제공될 예정이라 큰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싸우려니 느낌이 뭔가 이상하네...'
단모리가 링 위에 서서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니 실제로 이 곳에 와 있는 것은 집행위원들과 상대편 선수 뿐이었다.
"미스터 단, 상대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나저나 저 많은 관중들이 다 홀로그램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신기하군요."
"응... 그러게."
단모리는 상대편 역시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경기가 시작되는 즉시 빈틈을 노려 순식간에 끝내기로 했다. 상대의 차력은 그만큼 성가셨던 것이다.
"GOH 4강전, 구 한국의 단모리 선수와 구 필리핀의 마우리시오 카필리 선수의 대결이!! 바로 지금 이자리에서 펼쳐지려 하고 있습니다!!! 그럼 양측 선수 준비하시고... ready... FIGHT!!"
단모리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상대를 엎어뜨린 뒤 마구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카필리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축 늘어졌지만, 팔찌에 표시되는 HP만큼은 조금도 줄지 않은 상태였다.
"이래서... 빨리 끝내려 했는데."
단모리가 싸늘한 느낌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관중석은 어느새 카필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 마우리시오 카필리 차력 ㅡ 도플갱어Doppelgänger
심판조차 이 상황에 크게 당황했는지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여기에도 저기에도 카필리 선수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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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카필리의 경기 영상을 분석하던 단모리는 아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언뜻 보면 열댓명의 도플갱어가 그의 한계인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GP의 소모량이 도플갱어의 숫자와 전혀 비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 명을 만들건 열 명을 만들건 소모되는 힘이 완전히 동일했다. 그 말은 여태까지의 경기는 연기였을 뿐이고, 사실은 도플갱어를 몇 명이든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단모리의 걱정은 사실로 드러났다.
라그나로크 이후 신설된 DDP 건물의 총 면적은 5km^2를 넘어섰고, 건물 안에 위치한 GOH 경기장의 좌석 수만 해도 거의 백만에 가까웠다. 그리고 카필리의 도플갱어 군단은 그 관중석 전체를 가득 채우고도 남아 도는 상태였다.
페이룽과는 달리 카필리는 타인의 도플갱어를 만들 수 없었고 도플갱어의 활동 범위도 한정되어 있었지만, 대신 그 숫자가 무제한인 것이다. 각자 스타일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적어도 'GOH 경기'라는 틀 안에서는 카필리의 힘은 페이룽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위험했다.
전성기의 제천대성이었다면 이 일대를 소멸시키는 방법으로 간단히 해결했겠지만, 지금의 단모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도플갱어 군단을 일일히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잘됐어...'
이건 오히려 아주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단모리는 박무봉의 눈을 피하느라 수련도 마음껏 하지 못했고, 상대편이 죽지 않을 정도로 힘조절을 하느라 실전 역시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도플갱어라면 인정사정 없이 공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렇게 된 이상 단모리는 도플갱어 군단을 '샌드백'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관중석 제 1열부터 7열까지 앞으로."
카필리의 도플갱어들은 마치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링 위에 서 있는 단모리를 중심으로 대열을 갖췄다. 그러나 단모리는 그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손을 들더니 이렇게 소리쳤다.
"심판!! 이제 관중도 없는데 굳이 링 위에서만 싸울 필요는 없는거죠?!"
"네 그렇습니다!! 이제는 이 공간 전체가 싸움의 무대!! 아예 경기장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한 상관 없습니다!!"
"그럼... 오랜만에 한 번 달려볼까??"
단모리는 조금 전 도플갱어 한 명을 두들겨 팬 것은 몸풀기조차 아니었다는 듯이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머릿수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국보 착검."
도플갱어 군단 역시 그의 도발에 응해 일제히 국보를 소환했다. 차력으로 무기마저 복제할 수 있는건지 모든 도플갱어가 동일한 형태의 창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직후, 도플갱어 군단은 마치 좀비영화의 한 장면처럼 단모리를 향해 한꺼번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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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윽..."
홀로그램으로 경기 상황을 지켜보던 집행위원 V(피치)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도저히 '마녀의 거울'의 사용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는 난전이라서, 아예 경기 내내 단모리에게서 '아르둔'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도록 차력을 끊임없이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이다.
"원샷원킬!! 단모리 선수, 몰려드는 도플갱어들을 한 방에 한 명씩 쓰러뜨리고 있습니다!!! 역시 초네임드 차력 아르둔!!!!"
아무리 물량이 많더라도 한꺼번에 몰려들면 자기들끼리 서로 엉킬 뿐, 목표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단모리는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들만 쓰러뜨리면 충분했던 것이다. 경기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카필리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미스터 단, 그래봤자 소용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진짜'입니다!! 운 좋게 한 명의 본체를 잡으면 끝나는 식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무제한의 물량을 가진 주제에 '본체'라는 약점조차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차력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지만, 결코 무적은 아니었다. 아직 단모리에겐 카필리를 공략할 마지막 방법이 남아 있었다.
"어차피 네 차력도 끝은 있을거 아냐? 누가 먼저 지치나 보자고."
도플갱어를 찍어내는 것 자체는 무제한인 대신 도플갱어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유지하는 데는 분명 GP가 계속해서 소모됐던 것이다. 물론 무제한의 물량을 상대로 소모전을 하는건 완전히 미친 짓이었지만, 단모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다음화에 계속...
중모리는 솔직히 원작에서도 근두운, 7주인 셔틀 이외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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