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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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봉의 시신은 그야말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명치 아래 부분은 아예 없었고, P가 임시로 연결해 놓았던 왼팔마저 소실되어 말 그대로 머리와 가슴만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유미라와 엇모리의 충돌의 여파가 온 몸을 통과한 탓에 뼈가 거의 자갈 수준으로 박살나 버려서, 언뜻 보면 이게 원래 '생물'이 맞기는 했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시신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강 박사의 입에서는 아주 이상한 말이 흘러나왔다.
"이런 멍청한 것들... 아직 살아계시잖아?!"
"네? 하지만 분명..."
"한심한 놈들... 다 나가라. 내가 어떻게든 처치를 하고 있을테니 빨리 의료진을 데려와!"
강 박사는 주변의 요원들을 전부 꾸짖어 쫓아낸 뒤 박무봉의 시신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직 살아있다는 건 당연히 거짓말이었고, 어떻게 봐도 그는 이미 죽은지 오래였다.
'박무진... 이게 무슨 꼴이냐.'
이대로 허무하게 끝낼 수는 없다. 강 박사가 박무봉을 향해 손을 뻗자, 차갑게 굳어 있던 그의 폐와 심장은 아주 미약하게나마 기능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은 당연히 아니었고, 그의 차력인 '체셔 고양이'에도 이런 능력은 없었다.
'[이것]까지 쓰게 되다니... 목숨은 붙여 두겠지만 이 이상은 나도 도와줄 수 없다.'
너무 많이 회복시키면 강와신의 '또다른 숨겨둔 힘'을 누군가 눈치챌 수도 있었다. 그는 나머지는 의료진의 노력과 박무봉 본인의 의지에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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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부 창립 이래 최초의 대규모 무력 충돌, 그 결과는 압도적인 수적 우세에도 불과하고 세계정부의 참패였다. 그 와중에 동쪽 세력마저 물러가자 서울은 그야말로 '빈 집'이나 다름없었고, 서쪽 세력은 그 기세를 몰아 경기도 전역을 점령하게 되었다.
하지만 엇모리와 유미라의 끊임없는 내분에 민간 차력사들의 저항까지 더해지자, 서쪽 세력은 그동안 빼앗은 영토를 '신한국'이라 이름한 뒤 더 이상의 진격을 멈췄다.
제천대성이 두 명씩이나 등장해 영토를 빼앗고 수많은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자 세계정부의 지지율은 하루하루 최고치를 갱신하며 끝도 없이 올라갔고, 실력 있는 젊은이들은 앞다투어 집행위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동쪽과 서쪽 세력이 벌여 놓은 깽판은 역설적으로 세계정부에게 강한 연대를 선물해 준 것이다. 그러나, 세계정부에 대한 지지가 박무봉에 대한 지지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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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 결승 이후 한 달 정도가 흘렀다.
단아한은 이미 병이 완치되어 재활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NOX가 '기계팔'과 나노머신을 손에 넣었음에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와중에, 백승철이 NOX 본부까지 직접 찾아와 단아한의 치료를 도와준 덕분이었다.
그러나 한대위도 단모리도 마음을 놓을 여유는 없었다. '단아한의 완치'라는 목표는 완수했고 '박무봉에게 복수'라는 목표도 반쯤은 달성했지만, 엇모리인가 뭔가 하는 괴물의 등장으로 '유미라와 재결합'이라는 목표의 난이도가 급격히 뛰어오른 것이다.
아니, 팔자 좋게 유미라와 재결합을 걱정할 상황도 아니었다. Neo NOX가 지금 당장이라도 동쪽 세력을 총공격한다면 그들은 끝장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놈들이 지금껏 조용한 게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상만덕이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느긋히 쉬고 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신한국에 원래 살고 있던 시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오랜만에 양복까지 꺼내 입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게다가 병력의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는 성지를 복구하는 데 투입된 상황이라, Neo NOX는 도저히 외부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하지만 한대위와 단모리는 이런 사정을 몰랐기에 최근 한 달 동안 조금도 긴장을 느슨히 하지 않으며 힘을 갈고 닦았다. (사탄이 움직일 경우에는 어차피 대비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대위는 단모리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세계정부를 치자."
세통령인 박무봉은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였고, Neo NOX에게 빼앗긴 영토도 되찾을 기미가 없었다. 세계정부는 분명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그동안 구축해 놓은 시스템으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이전의 세력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이러다가 박무봉이 깨어나기라도 하면 세계정부는 오히려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귀찮아지기 전에 빨리 박무봉을 잡아 죽여야 한다는 것이 한대위의 주장이었다.
단모리는 그래도 유미라와 함께 복수하고 싶었지만, 엇모리가 존재하는 한 지금의 동쪽 세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둘은 절충안으로 박무봉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먼저 입히고, 나중에 단모리가 전성기의 힘에 충분히 가까워졌다 싶으면 그때 유미라를 포섭해 복수를 끝마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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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진짜 이 곳에 있을까?"
"틀림없어. 지금 비차력사 입장에서 힘쓰기 가장 좋은 곳이 여기니까."
한대위는 세계정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면서 단모리를 구 중국의 어느 지역으로 데리고 왔다. 세계정부, 서쪽 세력, 발해의 사이에 껴있어 치안이 굉장히 나쁜 곳이었다.
"어디쯤에 있을까... 아! 저 녀석들한테 물어보면 되겠다."
한대위는 길 건너편의 굉장히 험상궂게 생긴 덩치들에게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말을 건넸다.
"너희들, 혹시 전 The Six 김두식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아?"
그러나 별로 좋은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덩치들은 '어디서 굴러온 놈들이길래 큰형님의 존함을 입에 담느냐',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욕설을 퍼부으며 둘을 쫒아내려 했던 것이다.
그때, 세련된 양복을 입은 남자가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둘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어서오시지요.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얼음 파이낸셜 ㅡ 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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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반갑다 해야되나? 귀하신 분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쩐 행차... 응? 너... 설마?!"
화려한 의자에 앉은 채 더욱 화려한 복장을 입고 한대위를 맞이하던 김두식은 단모리의 정체를 알아채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그래. 살아있다는 소문은 들었어... 벌써 17년 전인가? 어쨌든 용건이 뭐야?"
"도움이 필요해. 힘을 빌려줘."
"뭐? 이거 대박이구만!! 누가 누구에게 힘을 보탠다는 건지..."
"나와 한대위가 세계정부를 공격할 동안 내 동생을 지켜줘. 쉽게 말하면 보디가드 역할을 해 달라는 거야."
"난 더 이상 박무봉과 엮이기 싫..."
"10조."
"!!!"
"10조 줄게. 1조는 선금이야. 이거면 1조 정도는 되겠지?"
한대위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공에서 다이아몬드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귀금속은 물론 주기율표 후반부의 초희귀 원소들까지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는 한대위에겐 '돈'이라는건 별 의미도 없었던 것이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김두식은 다이아몬드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대위와 단모리에게 정중히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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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감지!!!"
"집행위원 전원은 완전 무장을 갖추고 센터로 집합하라!!!"
상하이의 와이파이 기지국의 중앙 통제실에선 귀가 터져라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다. 침입자의 숫자도 침입 경로도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 정체에 대한 심증心證은 있었다. 최근 동쪽 세력의 '진모리'와 '한대위'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와이파이 기지국을 하나씩 박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쪽이다!!!"
"가까이 가지마!! 원거리에서 공격해!!"
집행위원들은 나름 전략을 세워 대응했지만, 단모리는 그들의 협공을 간단히 막아내고 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상대의 목을 쳐 기절시켰다.
"확실히... 조직력이 더 좋아지긴 했어. 더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하나?"
한대위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집행위원들을 쳐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생각해보니 세계정부의 성장 속도보다 진모리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모리야, 너 지금도 계속 강해지고 있다는거 알아?"
"응?"
"요즘 게릴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느라 수련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도, 성장이 멈추지 않았어.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래."
"아니, 실전도 수련이야. 세계정부 요원은 피래미들 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육체를 컨트롤하는데 최선을 다하며 상대하고 있거든."
"그래...? 그럼 이렇게 쉬고 있으면 안되겠네. 빨리 다음 목표로 가자."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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