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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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몸을 피한 브레넌은 가만히 상황을 살폈다. 방금 전까지 천옥이 있었던 자리는 시공간에 뚫린 구멍 같은 뭔가가 대신하고 있었다.
'블랙홀? 아니, 겨우 그 정도가 아니다.'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은 구멍에서는 촉수 같은 것들이 서서히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ADAM이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렇기에 브레넌은 어중간하게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즉시 슬라임 플래닛의 힘을 개방해 제트를 뿜어냈다. 하지만 촉수들은 아무리 파괴해도 끝없이 솟아났다.
'라르센의 차력은 게임과 관련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저건 무슨 보스몹 같은 건가? 아니면.. 우리가 라르센의 차력을 잘못 알고 있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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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우주는 아자토스가 꾸는 꿈이라는 말이 있다. 정작 러브크래프트 신화 원본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차력학적인 관점에서 그런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견해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 덕분에 라르센은 현실세계 자체를 무슨 가상현실 게임쯤으로 여기며, 스스로의 의지로 깨어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써 '진짜 세상(상위영역)'에서 '가짜 세상(현실세계)'을 내려다보는 식으로 차력을 운용해 왔다.
지금도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였다. 다만 이번에는 그의 정신이 '상위영역의 상위영역'을 무한히 반복해도 닿지 못할 아득한 심연에 도달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시끄럽군...'
소음이라는 표현조차 관대할 정도로 끔찍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라르센은 어느새 웬 왕좌에 앉아 있었고, 형태를 파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의 주변을 돌며 미친듯이 춤추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아.'
라르센은 이미 초월적인 힘과 광기에 자아가 희미해진 상태였지만, 오히려 이 상황에서 자아의 흔적이라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차력사인지 증명해 주고 있었다.
'어...?!'
그래서 그는 도무지 모른체 할 수가 없었다. 아득한 심연보다도 훨씬 깊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이토록 초월적인 힘과 광기마저 살며시 짓누르는 [절대적]인 권능을.
차라리 광기에 완전히 취해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이성의 작은 조각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탓에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던 것이다.
심연 속의 라르센이 '그것'을 들여다보자, 그것도 심연을 들여다보았다. 아니, 어쩌면 이제서야 눈치챘을 뿐 그것은 언제나 라르센을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진모리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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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폭주인가?! 하지만 라르센은 차력을 못 쓴다고 들었는데!!"
"브레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 집행위원 S ㅡ 앤드류 에드거
※ 집행위원 Q ㅡ 레이아 메그루눅
브레넌이 촉수를 상대하던 사이에 결국 집행위원들이 몰려들고 말았다. 예상보다도 훨씬 빨랐다.
최근 5년간 집행위원, 특히 알파벳급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었기에 로시난테가 Q의 이름을 빼앗긴지도 오래였다. 반송장 상태였음에도 오직 박무봉과의 친분 덕에 S를 유지했던 문기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알파벳의 이름값을 증명하듯이, Q가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 허공에 대고 가위질을 몇 번 하자 촉수는 싹둑싹둑 잘려나갔다. S와 일반 집행위원들 역시 각자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5년 전과는 달리 화기를 지닌 집행위원은 한 명도 없었고, 다들 냉병기를 들고 있었다. 인간의 차력만 담을 수 있는 화약무기가 근력과 차력을 둘 다 담을 수 있는 냉병기에 뒤쳐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물론 어느 수준까지는 화약무기가 더 우세할 수도 있었지만, 차력사들의 평균 수준이 폭발적으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도태된 것이다.
하지만 촉수를 아무리 파괴해도 새로운 촉수가 솟아나는 것이 더 빨랐다. 비상 상황이라 나름 정예만 골라서 투입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촉수들은 그냥 아무렇게나 움직일 뿐 딱히 전투의지는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저건... 위험하군. 성배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어.'
구멍 너머의 '심연'을 간파한 S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 순간 촉수도, 정체불명의 구멍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악몽에서 막 깨어난 듯한 표정의 라르센만이 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 아아..."
"갑자기 폭주하더니 그치는 것도 갑작스럽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조사해야겠으니 일단 따라와 줘야겠다. 브레넌 너도 마찬가지야."
S는 그렇게 말하며 손짓했으나, 라르센은 그 짧은 순간에 악몽을 떨쳐내고 침착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Q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경고했다.
"조심해 S, 전성기 때는 세계정부 최강이라고까지 불렸다는 녀석이니.."
라르센은 그러거나 말거나 무심한 표정으로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드디어... 차력이 돌아왔어."
"잡아!!!"
S와 Q는 즉시 검과 가위를 휘둘렀으나, 라르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Q는 급히 브레넌을 찾아 고개를 돌렸지만 그 역시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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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센의 폭주는 진모리 덕분에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을 뿐, 원래는 상당히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을 일이었다. 지구 본토에서도 몇몇은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폭주가... 왜 갑자기 끝난거지? 다행이긴 하지만...'
강 박사는 ADAM의 데이터 분석을 천천히 읽어보더니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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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형용할 수 없는 괴생물이 어두운 동굴 속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지구생물학자라면 '아마 진핵생물에 속할 것'이라는 추측만 조심스레 내놓을테고, 최근 급격히 발전 중인 우주생물학, 혹은 다중우주생물학계의 학자라면 크게 흥미를 보일만한 모습이었다.
괴물은 느리지만 꾸준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비효율적인 몸을 힘겹게 끌고 온 끝에 마침내 작은 울타리 하나를 넘으려던 찰나,
"박엑스!!!!"
갑자기 어마어마한 호통이 동굴 안에 울려퍼졌다. 괴물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낡은 양복을 걸친 채 끔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인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박무봉이었다. 5년 사이에 50년은 더 늙은 듯 했으나, 사실 이것도 그동안의 고생에 비하면 아주 건강한 모습이었다.
"밖으로 나가면 아, 안 된다고 했잖아... 그분이 지, 지켜보고 계신다고... 천벌을 받을 거야..."
박무봉은 눈동자가 풀린 채 허겁지겁 달려와 '박엑스'를 들어올린 뒤 동굴 깊숙한 곳으로 되돌아갔다. 아니, 동굴 따위가 아니다. 사실 여기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무려 세계대통령의 전용 지하벙커였던 곳이다.
5년 전 진모리가 그의 목숨을 살려주고 떠난 날(55화), 박무봉 일행은 드디어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착각하며 감히 세통령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모리가 남긴 '다시 햇빛을 볼 생각은 하지 마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벙커 출입구를 향하던 박무봉은 벽에 반사된 햇빛에 의해 피부의 대부분이 재가 됨으로써 대가를 치렀다.
물론 P에게 안겨 있던 박엑스도 그 저주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지닌 유전자 중 절반은 '박무봉의 일부'로 간주된 탓에, 박엑스는 육체를 이루던 모든 세포에서 유전자의 절반이 불타버렸다.
P는 황급히 벙커 안으로 돌아와 두 명에게 나노머신을 잔뜩 주입했으나, 박무봉과는 달리 The Six급의 육체를 지니지 않은 박엑스는 목숨'만' 겨우 건졌을 뿐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며 끔찍한 세포 변이를 겪은 박엑스는 지금처럼 동물인지 식물인지 균류인지 알 수 없는 유기물 덩어리로 변하게 되었다.
"엑스야... 조금만 참아... 금방 고쳐줄게... 아빠가..."
어느덧 '보금자리'에 도착한 박무봉은 안고 있던 박엑스를 P에게 건네준 뒤 힘없이 중얼거렸다. 언뜻 보면 정신이 나가서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백히 근거가 있는 말이었다.
이런 끔찍한 꼴이 났어도 알맞은 차력을 사용하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완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차력의 힘이다.
문제는 그런 의료기술은 어디까지나 '바깥'의 이야기고, 박무봉 일가는 이미 5년째 지하벙커에 갇혀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진모리의 저주는 물체에 여러 차례 반사되거나 구름을 통과해 약해진 햇빛에도 적용되었고, 옷으로 몸을 가리는 것도 효과가 없었다. 저주가 너무 무서운 탓에 이 이상으로 실험해 보는 것도 힘들었다.
P는 저주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박일표가 특급 수배령을 내린 탓에 밖을 돌아다니기 힘든 건 똑같았다. 결국 그들은 평생 셋만의 공간에 갇힌 채 말라죽을 운명이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요."
그 순간, 셋만의 공간에 갑자기 외부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를 알아들은 박무봉의 눈동자에는 서서히 총기가 돌아왔다.
"가, 강 박사...!!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십니까? 박 의원님."
박무봉은 그 순간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박 의원'이란 정말 오래 전, 그가 세통령이 되기도 전에 듣던 호칭이다. 세통령이 된 뒤에 처음 만났던 강 박사가 그를 이렇게 부르는 건 부자연스러웠다.
'설마... 설마...!!!!'
박무봉의 눈이 경악으로 커지는만큼 강 박사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마침내 박무봉의 눈이 더 커지거나 강 박사의 입꼬리가 더 올라가는 게 불가능해지는 시점이 오자,
"무봉아, 나다. 강 검사다!!"
강와신은 24년간 참아왔던 대사를 크게 외쳤다.
다음화에 계속...
사실 갓오하 원작을 봐도 서한량 같은 예외를 빼면 진짜 강자들은 화약무기는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그 서한량조차 양산형 무기가 아니라 특별한 국보만을 사용하고요.
박무봉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바로 다음화에 나올 것입니다. 박태진에겐 조금 미안하게 됐지만, 이건 갓오하 원작에서 박무봉이 신인합일을 하기도 전부터 구상한 내용이라 어쩔 수 없네요;;
AI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 건데, 저 '박엑스' 이미지는 여러 이미지들 중 독보적으로 덜 징그러운 걸 고른 것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만지기도 싫을 정도의 흉물을 수십개나 뽑아낸 끝에 겨우 적당한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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