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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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물질과 에너지의 시초가 되는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 그 이후 공간은 무한히 펼쳐지며 시간은 영원히 지속되었다. 무한한 은하와 별들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했고, 그 중에는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도 있었다.
"됐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페트라 슈나우퍼는 손뼉을 쳤다. 그녀가 방금 만들어낸 우주는 겉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현세와 거의 비슷했지만, 토대가 되는 물리법칙은 현세와 전혀 달랐다. 전혀 다른 뿌리에서 시작해 같은 결실을 맺어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이었으나, 그녀는 새로운 물리법칙을 만들고 조율하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꼈기에 2차 라그나로크 이후 계속해서 비슷한 일을 해왔다.
새로운 우주를 계속 만들어내고 관찰한다면 과연 그녀 자신은 '어디에'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페트라는 리하leere*라는 이름의 시공간을 만들어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었다.
* 공허라는 뜻의 독일어
사실 '시공간'이라는 것도 일종의 비유일 뿐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는데, 리하의 본질은 유(1)와 무(0)의 분류를 넘어선 허수(i)공간... 조차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수와 허수의 분류조차 넘어선 것을 임의로 초허수라 부르고, 또 초실수와 초허수의 분류조차 넘어선 것을 극허수라 부르는 식의 말도 안되는 짓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반복해야 겨우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리하였다.
예전에 브레넌과 함께 교감강화제를 만들었을 때도 이미 광기에 가까운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 이후로도 개조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정말 아무도 리하를 찾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페트라의 허락 없이도 이곳에 들어올 권리를 받은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지금 그녀의 옆에 있는 단아한이다. 그녀는 2차 라그나로크 이후 '그 진모리'의 남매라는 이유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간 중 하나가 되어 도저히 밖을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안그래도 스트레스를 받던 중에 그녀는 5년 전 진모리의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고, 진모리가 당시 세통령과의 대화 도중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식에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그 이후 단아한은 페트라를 '활로 작전'의 빚으로 거의 협박하다시피 해서 누구도 찾아올 수 없는 은신처인 리하에 눌러앉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바로...
"어, 언니?"
새로운 우주를 지켜보던 페트라의 곁에 갑자기 작은 물웅덩이 같은 게 생겨나더니, 심상치 않은 표정을 한 엘라 슈나우퍼가 튀어나왔다. 페트라가 무슨 일인지 묻자 그녀는 초비상사태 발령과 강 박사의 총기난사에 대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강 박사가 ADAM에 접속해서 뭘 했는지는 알아냈어?"
"전부 알아내진 못했지만, 가장 최근에는 시뮬레이션을 하나 돌렸어. 그 내용은 다름아닌 차력의 소멸. '비차력사 신생아의 증가'와 '신인류의 힘의 이양이 멈추는 것'을 변수로 넣고 돌린 시뮬레이션이야."
"그럼 설마 강 박사가 비차력사 신생아를 늘리고 있다는 건가? 하지만 무슨 수로..."
"세통령은 이 일의 원흉이 인류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는 게 확실하다고 했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일부러 비차력사 신생아의 수를 늘리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강 박사는 비차력사의 증가를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었으면서 침묵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시뮬레이션까지 몰래 돌렸지. 강 박사 본인이 원흉인지까진 몰라도 일단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해."
그때 슈나우퍼 자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단아한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유라tv..."
"음?"
엘라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페트라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속삭였다.
"아, 언니 이해해 줘. 아한이 언니는 몇 달 전 유라tv의 갑작스런 잠적으로 인한 충격에서 아직..."
"아니... 일단 좀 들어봐. 그 유라tv가 모든 활동을 멈추고 잠적했던 시기랑 비차력사 신생아가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가 정확히 겹치잖아."
단아한은 페트라의 환장할 듯한 소리를 중간에 끊고 추리를 설명했다. 물론 유라tv의 잠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으며 단아한이 그 중 하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지금 유라tv를 떠올린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건 맞긴 한데... 둘이 관련이 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어?"
"물론 있지. 금방 묻혀버려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사건이지만, 2년쯤 전에 유라tv가 차력을 사용해 구독자와 조회수 등을 끌어올린다는 의혹이 있었어."
그때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은 유라tv가 '통계'를 직접 조작하는 차력을 지니고 있을거라 추측했다. 단순히 그래프 따위에 장난을 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로 현실의 통계 그 자체에 손을 댈 수 있다는 말이다.
차력으로 차력을 봉인할 수는 없다고 해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은 차력사가 아니다. 그러니 차력으로 비차력사 신생아의 비율을 조절하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분명 가능했다.
"세계정부에 알려야겠어."
단아한이 몸을 일으키자 엘라는 회의적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세계정부도 못 믿어. ADAM 본체에 그렇게나 자주 접속했을 정도면 강 박사의 마수가 어디까지 뻗쳤을지 알 수 없어."
"괜찮아. 믿을 만한 사람이 있으니."
단아한은 그렇게 말하며 오랜만에 현세를 향해 떠났다. 페트라는 애초에 2차 라그나로크 때도 참전하지 않으려 했을 정도로 인류에 관심이 없었으니, 그냥 여기 남아 엘라를 돌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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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위의 집에 찾아온 단아한의 눈앞에는, 사촌누나의 손을 필사적으로 피하려는 한승태와 어떻게든 어린 사촌동생의 뾰족머리를 격렬히 쓰다듬으려는 김나슬의 육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 애가 말로만 듣던 김대광 씨의 딸인가 보군요...? 승태도 몰라보게 많이 컸네요."
"저 시기의 애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법이죠.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찾아온 건가요?"
단아한이 오랜 은거 생활을 끝내고 현세에 나타났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한대위는 곧바로 용건을 물었다.
"초비상사태에 관련된 정보에요. 애들이 없는 곳에서 이야기하는 게..."
둘은 조용한 곳으로 이동한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야기를 전부 듣자 한대위도 한 번 확인해 볼 가치는 있겠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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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처럼 꾸민 건물 안에서 두 남성이 마주앉아 있었다. 건물의 주인은 한때 C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렸으며 지금도 세계정부의 '그림자' 속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 나기사 아사기였다.
"그래서, 이놈들이 너희 딸을 습격했다고?"
아사기는 그렇게 말하며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두 장의 카드를 쳐다보았다. 카드에는 조커가 누군가를 붙들고 있는 그림이 이상할 정도로 생동감이 넘치게 그려져 있었다. 그와 마주앉아 있던 김대광은 살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배후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보통 놈들이 아닌 것 같아서 바로 '전문가'를 찾아왔어."
"좋아, 닌자의 비술로 놈들이 모든걸 털어놓게 만들어 주지. 그런데 이 두 명이 전부야?"
"더 있긴 했는데 놓쳤어."
"그렇군... 그럼 바로 시작한다."
김대광이 기절한 습격자들을 카드 밖으로 꺼내자 아사기는 천천히 몸을 풀며 '닌자의 비술'을 위한 준비물을 늘어놨다. 하지만, 그 순간 둘은 표정이 굳은 채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결계가 쳐졌다...!! 누구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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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라는 용어는 여러 의미로 쓰이지만, 현재 가장 대중적인 의미는 '현세와 동일하나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평행우주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식물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겉모습만 남아있을 뿐 생명 활동은 멈춘 상태다.)
제발 싸우면서 자연 좀 그만 파괴하라는 의미에서 가이아가 몇 년 전에 모든 인류에게 내려준 기술이었다. 수십년 전 집행위원이나 프리스트 정도가 가끔 사용하던 결계와는 차원이 다른 이유다.
싸우기 전에 설치하는 것이니 당연히 '싸울 상대'도 결계 안으로 불러올 수 있다. 그게 바로 아사기의 집 앞에 서있는 두 불청객, 고위도와 로즈메리가 방금 저지른 일이다.
"결계는 확실히 쳤지?"
"그래. 너야말로 제대로 미행한 게 맞나? 아무리 김나슬의 부친이 거물이라지만, 절차도 없이 세계정부 보안부 장관에게 직행이라니..."
"나 못 믿어? 여기가 맞다니깐... 그럼 갔다온다."
고위도의 전투방식은 정체를 들키기 쉽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나서지 않기로 했다. 그렇기에 로즈메리는 혼자 건물 속을 달려 순식간에 아사기의 방까지 도달했다.
※ 젠 로즈메리 차력 ㅡ 붉은 여왕
"이, 이 녀석은 또 뭐야?"
김대광은 곁을 스쳐 지나가는 붉은 잔상을 보자마자 기적적인 판단력으로 차력을 펼쳤다.
※ 김대광 차력 ㅡ 조커: 팬터마임
팬터마임에 로즈메리와 고위도가 걸려들자 김대광은 그들의 인상착의를 확인했다. 로즈메리는 당황했는지 잠깐 멈춰선 탓에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고위도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기어이 힘을 쓰게 하는군...'
고위도는 속으로 불평하며 가볍게 점프했다가 착지했고, 그것만으로 팬터마임은 바닥부터 산산히 무너져 박살나 버렸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결계 안으로 돌아온 고위도의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말 그대로 지구가 통채로 터져나간 것이다.
※ 태극권 ㅡ 천근추千斤錘
김대광과 아사기는 산산조각나 흩어지는 건물에서 재빨리 빠져나와 자세를 갖췄으나, 주변의 광경을 보는 순간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신화적인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인 의미로 땅과 하늘이 뒤섞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다짜고짜 이런 깽판을..."
물론 10년 전이었으면 몰라도 지금의 그들은 행성 하나가 박살나는 정도로는 딱히 놀라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뜬금없이 벌어진 난장판에 어이가 없어진 것 뿐이었다. 금방 정신을 차린 김대광이 뭔가를 눈치챈 순간, 갑자기 결계가 풀리고 그들은 원래의 방 안으로 돌아왔다. 고위도와 로즈메리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설마, 결계에서 온갖 난장을 벌인 건 미끼였고 진짜 목적은 입막음을 위한 암살이었나?"
김대광은 재빨리 붙잡아놨던 습격자들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아니나다를까 그 둘은 이미 뼈조차 남기지 못하고 엄청난 속도로 썩어가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암살을 이따위로 하는 녀석이 어딨어?!"
암살자로써의 상식에 혼란이 온 듯한 아사기를 내버려두고, 김대광은 재빨리 ADAM에 접속해 방금 봤던 '붉은 잔상'의 얼굴을 검색했다.
※ 젠 로즈메리 : 트리니티 하이스쿨 출신의 범죄자. 두나기 행성의 식민지에서 단순한 소매치기로 활동했으나 점차 세력을 모아 무시할 수 없게 되자 집행위원 S에게 토벌당했다. 다만 로즈메리 본인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별 도움이 안 되는 정보였다. 김대광은 분노를 삭이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화에 계속...
32화에 '매일 올리는' 영상의 평균 조회수가 3억을 넘어간다고 나왔는데, 현재 유튜브 황제인 미스터비스트의 평균 조회수가 1.35억 정도며 영상 업로드도 매일이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루어지죠. 단순 계산으론 거의 60배 차이네요..
https://www.comparitech.com/tv-streaming/youtube-statistics/
또한 저 링크 2번 항목에 유튜브 유저들이 하루에 50억개 정도의 영상을 본다는 통계가 있는데, 유라tv가 현실에 있었다면 하루 유튜브 조회수의 '6%'를 혼자 차지한다는 무시무시한 말이 됩니다.(그럼 미스터비스트는 하루 조회수의 0.1%나 차지하고 있다는 건데 진짜 대단하긴 하네요)
심지어 이것도 최근화 기준으로 10년 전(원작으로 치면 6부)의 이야기고, 몇 달 전 잠적하기 전에는 대충 인류의 절반 이상이 구독자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유라tv는 해킹이나 깡계로 구독자를 늘린 게 아니라 엄연히 '진짜 구독자' 수를 늘린 것이니 차력을 빼면 어느 정도인지는 계산하기 쉽지 않네요. 처음에는 차력으로 구독자를 늘렸더라도 유명세가 더 큰 유명세를 불러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차력혁명이 이루어지고도 거의 8년이 지나서야 의심하는 사람이 잠깐 나올 정도니 본인의 능력만으로도 세계에서 손에 꼽는 수준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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