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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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와신, 세계정부가 네 목을 노리고 있다는 걸 모르나? 무슨 생각으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물론 강와신도 매우 뛰어난 차력사들로 이루어진 차력연구팀을 혼자 몰살한 적이 있지만, 그들의 능력은 전투보다는 학술적인 쪽에 치우쳐져 있었으며 강와신이 그 전까지 철저히 힘을 숨겨온 것도 컸다.
무엇보다 그들은 직접 전투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알파벳 집행위원인 고위도와 비교할 상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강와신은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하!! 내 목이 필요하다면 어디 가져가 보게. 하지만 자네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가져왔는데 잠깐 들어보지도 않을 건가?"
"내가 뭘 원하는 줄 알고?"
※ 고위도 오리지널 ㅡ 오성금쇄진
강와신은 그제야 오망성 구조의 마법진이 자신의 주변을 감싸고 있다는 걸 깨달았으나, 전력을 다해도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딱히 그런 시도를 할 필요도 없던 것이, 고위도가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 아예 없었다면 진작에 제대로 된 공격이 날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자네에게 '1급 동양 침술'의 마지막 장에 대해 가르침을 주려고 찾아왔네."
"...!!"
고위도는 그 말을 헛소리로 취급하며 강와신의 몸을 궤뚫을 수 없었다. 강와신의 손에는 진짜로 1급 동양 침술과 정확히 같은 재질의 종이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 읽어보게. 이게 자네가 원하던 것이 맞나?"
엄청난 속도로 종이를 낚아챈 고위도는 그 내용을 읽고서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제아봉침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기는 했지만, 단편적인 설명이 끝일 뿐 제대로 된 사용법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종이 쓰레기를..."
고위도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혀버렸으나, 강와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정신을 흔들었다.
"내가 장난치는 것 같나? 그렇다면 그 종이를 들고 자네 아버지에게 찾아가서 반응을 확인해보게."
나봉침이 1급 동양 침술을 집필할 무렵엔 제아봉침은 구상 단계에 머무를 뿐이었으니, 별 내용이 없는 게 당연했다. 물론 고위도는 이런 사실까지는 몰랐으나 강와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건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강와신이 이것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그리고 '왜' 고위도에게 가져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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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 위도야. 미리 말해두지만 제아봉침에 관한 이야기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거다."
고감도가 하루의 진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자 그곳에는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표정을 띈 고위도가 앉아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언제까지고 제아봉침에만 집착하고 있을 수는 없죠."
고위도의 목소리는 표정만큼이나 잔잔했으나, 고감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감은 고위도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펄럭거리는 순간 확실해졌다.
"이미 손에 넣은 것에 왜 집착하겠습니까? 하하하하!!"
고감도는 맹세컨데 그의 아들이 소리내어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도대체 왜 그의 손에 1급 동양 침술의 마지막 장이 들려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고감도는 전사로써의 본능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방어태세를 취했으나, 안타깝게도 그 순간 고위도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고위도는 순식간에 표정을 지우며 몸을 일으켰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위도야...!! 준비되지 않은 자가 힘을 휘두르면 힘이 없느니만 못하다는 걸 모르느냐?!! 내가 제아봉침을 전수하지 않은 것은..."
※ 태극권 ㅡ 천근추千斤錘
그러나 고위도는 아버지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발에 힘을 주었다. 태극권의 정점에 도달한 자가 사용하는 천근추는 공간마저 짓밟아 뭉개버리는 수준으로, 여기서 공간이란 물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수학적, 정신적인 의미까지 포함한다.
"이, 이 놈이 기어코...!!"
※ 북파 ㅡ 파동 되돌리기
안과 밖이 거꾸로 뒤집히며 서로 반대되거나 수직인 방향들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고감도도 재빨리 상쇄하려 한 것까진 좋았으나, 고위도의 천근추는 역원*이 존재하지 않는 종류의 기술이었다. 반대되는 양과 질로도 제대로 상쇄할 수 없는 것이다.
* 두 원소를 계산한 결과가 항등원일 때, 한 편에 대해 다른 편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2의 덧셈에 대한 역원은 -2, 곱셈에 대한 역원은 0.5다.
고위도는 고감도가 당황한 틈을 놓치지 않고 신속히 점혈을 날렸다. 고감도는 겨우 팔을 들어 막긴 했으나, 그 팔부터 시작해 온 몸이 빠르게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버지의 시대와 다릅니다. 이제는 힘이 곧 질서입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던 줄 아느냐...!! 그럼에도... 힘만큼 중요한 것이... 있는 법이다... 위도야..."
고감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먼지로 변해 흩어졌다.
'어떻게...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겁니까?'
고위도는 사방으로 흩날리는 먼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는 평생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고위도의 사상이 아예 틀렸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 고감도가 '힘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라 '힘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떤가, 이제 내 말을 믿겠지?"
흩날리던 먼지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 허공에서 강 박사가 불쑥 나타나자, 고위도는 퉁명스런 말투로 받아쳤다.
"약속이나 잘 지켜라."
강 박사는 고위도에게 과거의 휘모리나 나봉침 등이 제아봉침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사실 고위도쯤 되는 실력자라면 1급 동양 침술 마지막 장의 불완전한 설명만으로도 충분했지만, 훨씬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지금도 과거 GOH 영상자료 등이 있긴 했으나 체셔 고양이의 힘으로 과거를 '직접' 바라보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며, 애초에 당시 카메라 기술로는 그 움직임을 제대로 담지도 못했다.
"물론이지. 자네도 약속을 잊지 말게. 세상이 뒤집힐 날이 머지않았으니 그때 자네 같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
당연하지만 이 모든 게 강 박사의 자원봉사일 리는 없고, 고위도가 강 박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대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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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국에 도착한 한대위는 물고기 옷을 뒤집어 쓴 듯한 모습의 마족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녀는 우마왕의 뒤를 이은 오래국왕으로, 오래국을 기유이셴 최강의 세력으로 확고히 굳힌 성군으로 알려져 있었다.
"마지막 남은 탐은 어머니께서 잘 관리하고 계십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개천대성 ㅡ 곤마왕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설마 오랜 동맹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해서 놀랐습니다."
곤마왕은 '오랜 동맹'이라는 표현의 억양에서 한대위의 의도를 눈치채고 곧바로 선수를 쳤다.
"혹시 몰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우리를 끌어들일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오래국은 이제 현세의 일에 관여할 능력이 없습니다. 당신들의... 그 '빌려오는 힘'은 너무 위험해요."
곤마왕은 '차력'이라는 단어를 직접 발음하는 것조차 내키지 않는다는 투였다. 현세에서 기유이셴으로 넘어오는 차력사들은 크나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2차 라그나로크 이후 한동안은 기유이셴이 인류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힘의 균형은 반대로 뒤집혔다. 그리고 그 균형이 예전처럼 돌아올 일은 영원히 없을듯 했다.
이제 차력사 한두명이 마음만 먹으면 기유이셴에 대재앙을 일으키거나 아예 우주채로 지워버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세계정부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보낸 집행위원들이 없었다면 분명 한 번쯤은 일어났을 일이다.
"기유이셴 뿐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당신들 가이아족(인류)은 어느 세계에 가도 그곳의 균형을 무너뜨릴 겁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죠. 모든 가이아족은 가이아의 일부, 다시말해 반半 절대신이니까요."
"..."
당연히 한대위라고 그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27년 전까지만 해도 소위 '신족'에게 짓눌려 살던 인류는 이제 그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범위와 규모로 패악질을 부리고 있었다. 기유이셴은 그래도 동맹 관계니까 세계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신경 써주는 거지, 다른 우주들은 그마저도 없었다.
모든 인간이 그런 건 아니라는 반박도 별 의미는 없다. 한때 세 자릿수도 안되는 주신들이 수십억 인류를 압도했듯이, 다른 세계의 질서를 박살내는 데는 인간 '몇 명'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든 인류는 가이아의 일부이기에 어느 세계에 존재하든 현세의 시간을 기준으로 성장한다. 시간이 현세보다 만 배 정도 빠르게 흐르는 기유이셴으로 이주한 인간은, 다른 종족보다 만 배 더 느리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기유이셴을 뒤집어 놓았다. 이미 인간은 타종족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도, 맞설 수도 없는 대재앙이 된 것이다.
몇몇 세계에서는 아예 타종족들이 인간의 혈통을 탐내 인이혼혈人異混血 자손을 낳으려 하는 현상이 생겨난지 오래였다. 그들은 겉모습은 좀 다를지언정 차력도 쓸 수 있었고, 순혈 인간보다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혼혈인간을 낳은 종족은 그 힘을 이용해 또다른 종족을 압도할 수 있었다.
"...세계정부도 그 문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는 자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곧 해결될 겁니다."
한대위는 스스로도 믿지 않는 공허한 말을 내뱉고 그 자리를 재빨리 벗어났다. '개인' 한대위로써 다른 세계가 겪는 고통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었지만, '세계정부 국방부 장관' 한대위로써는 인류에게 닥친 문제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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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소득 없이 현세로 돌아온 한대위는 그새 추가된 자료를 읽어보았다. 조사 결과 라일라의 증언에 거짓은 없으며, 실제로 그녀의 차력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는 보고였다.
그러나 탐조차 쓰지 않았다면 강와신은 대체 어떻게 라일라의 차력을 훔쳐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라일라와의 대화를 천천히 되짚어보던 한대위는,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고는 표정이 굳어버렸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차력과 교감하는 게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느껴져.'
그 가능성이란 다른 누구도 아닌 한대위 본인이 직접 겪은 일이다. 다만 상당히 오래된 일인데다가 그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탓에 지금의 상황과 쉽게 연결짓지 못했을 뿐이다.
'구라 까지마... 방금... 내 차력과... 교감하려 했잖아?!'
탐 따위의 특별한 준비물이 없이 타인의 차력과 교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한대위는 분명 GOH 패자부활전에서 일본팀 스기하라의 차력과 교감할 뻔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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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차원 GP 센서는 원래 범죄자를 쫓는 데에 자주 사용되었으나, 절대신도 GP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초비상사태'나 '비상사태'가 발령됐을 때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누군가 절대신과 임의로 접촉한다면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초비상사태가 발령되었으니 강와신을 찾기 위해 별 제한 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GP(God Point)를 탐지하는 원리상 인간을 추적하는 데는 이만한 물건이 없는데도, 그는 아주 가끔 흔적만 발견될 뿐 도저히 잡히지 않았다.
마키아 마사리프는 일단 유노바 라일라의 차력 '보이지 않는 손'으로 비차력사 신생아의 증가라도 상쇄하려 했지만, 이미 그녀의 차력은 대부분 강와신에게 빼앗긴 상태라 큰 효과는 없었다. 통계를 조작할 수 있는 차력사가 더 없는 건 아니었으나 그들의 도움으로도 증가 추세를 약간 늦추는 게 전부였다.
또한 그녀는 강와신이 차력 소멸 시뮬레이션에서 설정한 또다른 조건, '신인류의 힘의 이양을 막는 것'에 대해서도 골치를 썩히는 중이었다. 힘의 이양은 신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기에 강와신이 무슨 수를 써도 그것만큼은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남의 차력을 뺏어간 녀석이니 방심할 수는 없다. 한대위 장관은 탐을 의심하고 있지만 그건 가능성이 낮아. 차력 혁명 이후의 차력사는 울티오 본인이 살아 돌아온데도 한 명이라도 삼킬 수 있을지 의문이니...'
강와신과 관련된 모든 게 의문 투성이었다. 그렇게 마키아가 머리를 싸매고 있던 와중에, 한대위가 급히 그녀를 찾아왔다.
다음화에 계속...
방금 깨달았는데 원작에서 패륜을 저지른 캐릭들은 다 킹의 후손이네요..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요
개천은 하늘을 연다는 뜻이 맞고 곤은 중국 신화의 곤(鯤)이라는 물고기에서 따왔습니다. 절반은 물고기 요괴고 절반은 인간인 존재라고 보시면 됩니다.
추측일 뿐이지만 보라머리(도플갱어 차력의 원래 주인)는 차력 계약을 맺은지 얼마 안 된 초보라서 차력신과의 교감도 거의 없었을테니 페이룽이 힘들게나마 빼앗을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박무봉과 집행위원 등이 NOX에게 갇혀있을 때는 차력을 빼앗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걸로 봐서, 일반적인 경우엔 탐 없이 차력을 뺏는 건 전략적으로 고려할 가치도 없는 선택지인가 봅니다.
GOH 선수들은 지역대회에서 전국대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차력을 처음 접하는 모양이니 보라머리는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였을텐데, 그것조차 상당히 공을 들여야 겨우 빼앗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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