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와 P의 이야기
밤 11시 세계정부 본사 모든 집행위원들이 이미 퇴근했을 시간
그러나 F는 동료 집행위원들과 같이 퇴근하지 못하고
이곳에 남아있었다.
이 시간까지 남아있던 이유라고 한다면? 뭐, 그냥 화장실에서 혼자 변기에 앉아
폰을 보다가 깜박 잠들어버린 게 화근이었지
F는 모두들 퇴근한지 알고 자기도 퇴근하려는 찰나에 빛이 문틈 사이로 세어 나오고 있는
방을 발견해서 마침, 퇴근하는 김에 꺼주려고 다가갔는데
"하으으읏~! 하앙~ 하아아~"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마침 약간 벌어져있던 문틈 사이로 슬쩍 훔쳐보았는데
놀랍게도 거기선 세통령 박무진과 그의 비서 P가 성교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꿀꺽'
F는 그 광경을 침을 삼키며 계속 바라보다가 이윽고 자리를 피해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가 벽에 기대서
"하아... 하아..."
한숨을 돌려봤지만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잔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F의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남게 된 것이다.
P의 보드라워 보이는 새하얀 살결, 앵두같이 섹시한 입술, 풍만한 가슴
그리고 자극적인 골반, 요염한 자태, 고혹적인 눈빛
그리고 섹시한 보이스까지
'P누나, P누나, P누나, P누나, P누나, P누나,'
F는 마음속에서 P만 연달아 불렀다......
사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F는 오래전부터
섹시 & 도발 고혹적인 아찔한 미녀 집행위원 P를 마음속으로 사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P는 세통령의 비서였고 자기보다 훨씬 연상의 누나였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여 차마 쉽게 고백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섹시 & 도발 고혹적인 아찔한 미녀 P가 나이에 비해 상당히 동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서도 말이다.
F가 섹시 & 도발 고혹적인 아찔한 미녀 P에게 반한 건 그가 처음으로 알파벳 집행위원이 되었던 그 시절
"안녕? 이번엔 새로 들어왔다는 알파벳 직원이지? F라고 했던가?"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적당히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우월한 기럭지, 빼어난 미모
그것은 바로 섹시 & 도발 고혹적인 아찔한 미녀 P
P는 하이힐 소리를 내며 F에게 다가왔다.
"누나도 알파벳 직원이야. 내가 어떤 알파벳인지 알고 있어?"
F는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럼 이 누나가 내는 퀴즈야. 한 번 맞춰보라고♡
힌트를 하나 주자면 '너의 입을 막으면 내가 되지'"
"무슨 의미죠?"
"모르겠어?"
P는 F를 슬쩍 벽 쪽으로 밀어붙인 후 왼쪽 손으로 벽을 짚고 나머지 오른손으로
F의 허벅지부터 시작해서 배, 가슴, 목 순으로 아주 천천히 쓸어 올라갔다.
P가 F의 몸을 쓸어올라갈 때마다 F는 P의 손이 닿는 부위가 성감대로 변하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F의 뺨을 어루만지며...
"이 누나가 직접 가르쳐줄까?"
P는 더욱더 바짝 F에게 붙어 F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내밀었다.
서로의 입에서 흥분으로 인해 뜨거워진 입김이 교차하며 정말 아슬한 위치까지
입술의 거리가 좁혀진 순간
'피식~'
P가 오히려 슬쩍 웃으면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선 것이다.
"알파벳 대문자 말이야~ 생김새가 그렇잖아? 나는 P라고 해"
P는 그렇게 말하고선 가버렸다.
이때부터 F는 섹시 & 도발 고혹적인 아찔한 미녀P의 매력에 조금씩 중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다 지난 이야기
방금 전 세통령과 P의 성교 장면으로 인해 P는 세통령의 여자라는 걸 일깨워 준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안 맞는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3월의 벚꽃 홍단과 8월의 기러기 같은 관계
즉, 이 세계를 고스톱판이라고 친다면 우리는 서로 그림이 다른 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F는 눈물을 머금고 P에 대한 마음을 접으며
세통령과 행복하기를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