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눈이 흩날리는 밤에 -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어깨를 한껏 움츠리며, 차고 어두운 밤거리를 조용히 걷는다.
늦은 시간 걸어다니는 사람은 없고, 조용한 거리에는 달도 별도 없이 주홍빛 가로등만이 있을 뿐이지만
그것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이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걸음을 재촉하는 건가.
추워서 그런 건가, 늦은 시간이 무서워서 그런 건가, 아니면 또 어쩔 수 없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 그래야 하는 걸까.
차갑고 더러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향해 고개를 푹 숙인 채 나는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거리를
마치 무엇인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듯이 걸어간다.
그러다가 문득, 그 차갑고 더러운 바닥에 새하얀 것이 조용히 내려 앉았다.
날 보라는 듯이.
난 여기 있다는 듯이.
걸음을 멈추어 섰다.
고개를 들었다.
구름이 짙게 끼고, 하늘은 한 줌 빛도 없이 어두웠다,
그래도 거기에서는 무엇인가가 다가온다.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로등의 주홍색 불빛에 비치고 나서야 비로소 명확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이번 년도에 처음으로 흩날리는 첫눈이다.
그 무엇보다 깨끗하고- ,
순수한-,
나랑은 다른- ,
흰 눈이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
피부에 닿은 눈이 순식간에 차갑고도 아찔한 물로 녹아버렸다.
그때야 깨달았다.
아아, 차갑구나.
이게- 진짜 온도다.
날씨나 기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피부가 느끼는 온도다.
첫 눈이 와서야 깨달았다.
내 몸은, 감각이 마비되서, 그냥 기계처럼 일상을 보내고 있었노라라고.
P.S 제 신분은 학생입니다. 저번 주였던가 저저번주였던가 학교에 남았다가 집에 가는데 밤에 첫눈이 왔었는데 그걸 써봅니다.
원래는 눈팅족이지만 한 번 이벤트로 글을 써봅니다.
* 신태일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2-22 0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