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군필자 ‘주택청약 가점’ 없던 일로…‘군불’만 땐 청년 공약
[e대한경제=권해석 기자]정부가 주택 청약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군 제대 장병 청약가점 부여는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미 병사 월급 200만원 지급 공약이 후퇴한 상황에서 현실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젊은 군(軍) 장병의 표심만 노린 공약(空約)을 남발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15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청약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안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표했던 청년층에 대한 청약 기회 확대를 실행하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는 윤 대통령의 공약을 토대로 1인 가구에 적합한 전용 60㎡ 소형 주택 청약기준을 신설하고, 60%를 추첨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에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급 확대를 위해 생애최초 특별공급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군 제대 장병에게 청약가점 5점을 부여하는 윤 대통령의 공약은 이번 청약제도 개편안에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군 제대 장병 청약 가점 부여는 윤 대통령의 주요 청년 공약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였던 유승민 후보로부터 공약 표절이라는 공격을 받자, 청년층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발굴한 공약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이번 청약제도 개편에 군 제대 장병에 대한 가점 부여 방안을 제외하려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 군 가산점 제도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는데,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가산점 제도는 군 복무자가 공직 시험을 볼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로, 군대를 갈 수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군 제대 장병에게 청약가점을 주는 문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과거 군 가산점제도가 위헌 판정이 났던 적 있는 만큼 바로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선 과정에서 청년층의 표심을 노렸던 공약들이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윤 대통령의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원 지급 공약은 인수위에서 2025년까지 단계적 인상으로 바뀐 상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약 이행이 어려워진 점에 대해 군 장병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주택 공약의 일환이던 군 제대 장병에 대한 청약 가점 부여도 사실상 시행이 불투명해 졌다. 결과적으로 선거 과정에서 청년층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현실성이 낮은 설익은 공약을 남발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 청약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살 수 있는 ‘로또’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개편을 하더라도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징병제 국가에서 제대 장병에게 청약 가점을 주면 과거 군 가산점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도 공약파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