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芭蕉) : 김동명 시
파초(芭蕉) : 김동명 시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 더욱 외롭구나! //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情熱)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들에 붓는다. //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
* 감상 : 조국을 잃고 자유를 떠나 사는 시인 자신의 불행과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열대 지방을 떠나 추운 지방에 사는 파초를 시의 소재로 선택했다. 시적 대상인 파초(여성으로 의인화, 수녀, 정열의 여인, 드리운 치맛자락)에 시인은 동병상련을 느끼고 이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