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23)
"저는 내가 묻는 질문에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답한다면
당신을 풀어줄 생각이었어요."
머릿속에 천둥이 친다.
키리토의 말 하나하나가
가브리엘 밀러를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당신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기 때문이지요.
나와 내 친구들이 꼭 찾아야 하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당신이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런데 지금 당신 꼴을 보니 고민이 되네요.
당신이 이 언더월드에 한 짓까지 생각하면
당신에게 그런 자유를 주는 것은 너무도 큰 상인 것 같아서 말이에요.
일단은 저의 질문에 정직하고 솔직하게 답을 할지도 모르지만
만약에 그 답이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로 판명이 난다면
당신의 몸뚱아리를 적당할 정도로 야들야들하게 주무르고 난 뒤에
채를 썰던지 다지고 싶으니까 말이지요.
그런 다음에 그냥 원래 내가 부탁받은 대로 하면 되니까요.
어떻게 할까요?
목만 당신이 죽인 그 알리시아 양의 집으로 보낼까요?
아니면 야들야들하게 부숴버리고 다진 몸뚱이를 보낼까요?
그런데 그렇게 한다면
뭐가 되었든지간에 그 알리시아의 부모는 어느 쪽이든 반갑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은데 말이지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당신의 목과 몸뚱이를 직접 두 동강을 내버리는 거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그 글로젠 DS 총 그룹 CEO도 마찬가지이고 말이에요.
사실 당신이 그 알리시아를 죽인 것을 그들의 부모가 몰랐다고 생각하셨나요?
당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우리 쪽에 특별히 부탁을 했지요.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처참하고 잔인하게 부순 뒤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평생동안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로 만들어서 그 상태 그대로 유지시켜 달라고 말이지요.
그런 다음에 당신을 죽일지 살릴지 결정하겠다고 말이에요.
설마
앨리스와 언더월드라는 단순한 함정에 당신이 걸릴 줄이야.
사실 조금 실망이거든요.
가장 흔한 함정에 걸리니까
사냥의 재미가 팍 줄어서 말이지요."
사람이
다른 이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심장이 멎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가브리엘 밀러였다.
키리토의 말이
한 음절, 한 음절 뱉어질 때마다
그의 육체 내부가 악다구니를 쓴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느긋한 목소리.
결코 급하지 않은 목소리.
지금
가브리엘 밀러가 겪고 있는 최악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그 고통을 즐기는 듯한 목소리.
악마
아니
악 그 자체를 지배하는 마왕이거나
아니면
그 위의 마존급의 존재이던지
그렇게 떠오른
그 생각과 동시에 자신의 머리 속을 순간적으로 스친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어둠의 왕자)
조차도 자신의 휘하에 둘 수 있는
로드 오브 나이트메어 (악몽의 군주)
가 아니고서는 낼 수 없는 목소리였다.
가브리엘 밀러는 안다.
이 아이는
악마나 지옥의 마귀를 능가하는
그들을 아니
이 어둠과 혼돈을 지배하는 존재다.
지금까지 그가 보아온,
더럽고 잔인하던 그놈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였다.
자신의 조력자였던 그 야나기나
자신처럼
신사의 껍질을 썼지만
그런 껍질의 안에
사이코패스급의 잔인함과 사악함을 숨기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여서
상대를 위협하거나 억압하는 이들과는 달랐다.
이 아이의 현재 모습은
악이자 어두움 그 자체였다.
아니
이 아이는 뼛속까지 악이자
진정한 의미의 어두움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바다보다도 더욱 깊은 곳
어둠보다 더 어두운 곳
혼돈의 바다 안에서
그 혼돈 그 자체를 지배하는 존재
바로
악몽을 지배하는 악몽의 군주 (로드 오브 나이트메어) 그 자체였던 것이었다!
낮은 웃음.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언뜻언뜻 배어 나오는 낮은 웃음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을 지켜보며
이렇게 웃는다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그리고
더욱 환장하고도 남을 것은.......
지금 그의 귀에는
그 악마를 능가하는 어둠을 지배하는 저 존재의 목소리가
천상의 하모니보다 더욱 감미롭게 들린다는 것이다.
악마든 누구든 말을 걸어주니까.
적어도 무언가를 들을 수 있으니까.
진짜로 기막힌 일이자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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