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등에 짊어진 짐의 무게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방 안
중앙엔 전자 체중계가 놓여져 있고, 문 하나가 벽에 나있다.
문을 열고 한 어른이 들어온다.
나이는 30세 후반이 되보이는 남성이다.
구린 양복을 입은 그는 등에 쌀포대 만한 짐을 업고 있다.
표정이 약갑 어두워 보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잘그렁 잘그렁 열쇠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짐을 인 채로 오른쪽 벽에 가 선다.
문이 열렸다.
이번엔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활기찬 모습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며 방에 들어온다.
남자의 옆에 웃는 얼굴로 선다.
문이 닫혔다.
깨끗한 고급 정장을 입은 2대8 가르마를 한 중년의 남성이 방에 들어온다.
애써 지은듯한 웃음을 띤 그는 왼손에 작은 쇼핑백을 들고 있다.
중년의 남성이 왼쪽 벽에 가 서고, 초등학생 소녀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한다.
등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남성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다.
문이 열리고, 여고생 한 명이 들어온다.
등에 맨 가방의 타이트한 교복과 더불어 그녀의 몸을 죄고 있었다.
다크서클이 짙은 소녀는 오른쪽 벽에 가 선다.
문이 닫힌다.
검은 스타킹을 쓴 거구의 남성이 들어온다.
옷은 온통 검은 바탕이다.
그의 뒤엔 리어카가 하나 있다.
남자는 리어카를 끌고 방에 들어온다.
리어카에는 돈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가 왼쪽 벽에 섰다.
다섯 명은 각자 들고 온 짐을 가지고 중앙의 전자 체중계 앞에 섰다.
이 체중계는 무게를 정확히 제기 위해 만들어졌다.
30대 후반의 남성이 이고 온 짐을 내려놓아 저울에 그 무게를 젠다.
50kg
초등학생 소녀는 아무런 짐도 들고 오지 않았다.
상쾌한 미소를 하며, 그녀늬 등에 묻은 먼지를 체중계를 향해 털어낸다.
0.00021kg
리어카가 체중계에 올라갔다.
15302kg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거구의 남성은 멎쩍었는지 머리를 긁었다.
책가방이 올라왔다.
14.54kg
고급 정장을 빼 입은 남성이 쇼핑백을 체중계에 올렸다.
체중계가 고장이 났다.
초등학생 소녀를 제외한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한 둘은 화를 내기도 했다.
중년의 남성은 인사를 하듯이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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