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서 - 신석정
네가 떠난 항구에
오월 바람이 설렌다.
머리칼을 날리는 젊은 아낙네들은
베피떡이랑 뎀뿌라랑 소주병을 늘어놓고
뱃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꼬박꼬박 기두리고 있는 항구.
가대기의 뒤를 따라다니는 발 벗은 아이들은
구호양곡의 가마니에서 쑤시알갱이가 빠지면
병아리처럼 주워서는 차대기에 넣는 항구.
Singoara같이 사랑하는 이의
성한 피가 몹시는 먹고프다는 그 백랍 같은 여인도곤
아낙네와 발 벗은 어린 것이 더 안쓰러운 항구.
오월 바람 설레는 항구에
멀리 떠난 너를 생각하는 눈시울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