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밀리오를 엿먹인 방법
올마이트의 사이드킥이었던 서 나이트아이가 올마이트를 계승할 만하다고 점찍은 소년, 토오가타 밀리오. 그런 평가에 걸맞게 미친 활약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도 칭송을 받게 되었습니다.
리스크가 큰 개성을 단련하여 실력을 쌓았습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강적인 오버홀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 실력이 웬만한 프로 이상이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나중에 개성파괴탄을 맞고 상황이 역전되지만요.)
하지만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밀리오가 불쌍하다고 여겼습니다. 오버홀을 압도하면 할수록 밀리오의 심정은 더더욱 처참할 겁니다.
이것은 에리와 이즈쿠, 밀리오의 첫 만남 때문입니다.
에리는 조직에서 도망치다 이즈쿠와 밀리오를 만났습니다. 오버홀은 도망친 에리를 잡으러 왔고 두 사람에게 에리를 자기 딸이라며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때 두 사람은 모두 에리가 오버홀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반응이 달랐죠.
이즈쿠는 지금 당장이라도 보호하려 했으나 밀리오가 신중해야 한다며 말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에리는 오버홀에게 끌려갔습니다.
당연히 나중에 에리의 처지를 알게 된 두 사람은 멘붕했습니다.
특히 밀리오의 죄책감은 더 클 겁니다. 이즈쿠는 일단 에리를 당장 구하려 했었습니다. 따라서 자기 능력이 모자라서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밀리오는 일단 이즈쿠와 다르게 무난하게 넘기고 나중을 기약하려고 했습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이 히어로로서 마음가짐이 덜 됐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에리가 그나마 살아 있어서 망정이지 그대로 끌려가서 실험체로 쓰인 끝에 처분되기라도 했으면 이즈쿠는 몰라도 밀리오는 재기불능의 심적 타격을 입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밀리오나 이즈쿠나 사예팔재회에 돌입하면서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상상했을 겁니다. 그때 에리를 바로 보호했으면 어떨까? 나이트아이는 두 사람을 나름대로 옹호해주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 그런 가정이 떠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밀리오가 오버홀을 압도하면 할수록 비참해지는 겁니다. 자신이 그때 에리를 보호할 수 있었다는 게 증명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밀리오 본인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생각이 떨쳐지지 않을 겁니다.
'고작 이런 놈을 가지고 신중을 기한답시고 어린애를 지옥으로 돌려보냈어! 나는 루밀리언을 자칭할 자격도 없어!'
저는 이런 이유로 밀리오가 오버홀을 압도하는 것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보다 작가가 얘를 이런 식으로 멕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밀리오는 개성과 스승을 잃는다는 큰 희생을 치르고 말았습니다. 밀리오의 마음속에는 오버홀을 압도했던 기억과 더불어 "그때 에리를 미리 구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늘 박혀 있을 겁니다.
p.s 어떤 사람들은 이즈쿠가 에리를 구하려 한 게 월권 행위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던데 아닙니다.
히어로로서 수상한 인물에 대해 검문할 수 있을 것이며(그게 안 되면 히어로가 순찰을 도는 의미가 없음), 만약 불시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개성을 사용해 대응하기 위해 면허가 필요한 거죠.
이즈쿠가 오버홀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 한 건 히어로가 할 수 있는 범위였습니다.
그러니까 록록이 에리 보호했어야 했다고 두 사람을 깠고, 심지어 나이트아이도 그 말을 부정하지 못하고 자기 책임이라고 했죠.
하나하나 따져보면 작가가 나이트아이와 밀리오 대우하는 게 정말 너무합니다.
나이트아이: 에리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했지만 본부에 있었음. 시간을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돌입했더니 저쪽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 데다 그 사이에 빌런 연합까지 개입해서 상황 꼬임. 본인 사망.
밀리오: 신중하게 가고자 에리를 돌려보냈더니 알고 보니 인체실험 피해자. 죄책감에 떨고 결의를 다지고 돌입해서 싸웠더니 정작 자기 실력이 오버홀을 압도함. 실력 외의 변수로 패배. 개성 상실. 스승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