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오가타 밀리오의 크나큰 실책
인턴편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밀리오가 처음에 에리를 돌려보낸 것이 얼마나 막장 짓거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1. 밀리오는 오버홀이 위험한 범죄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2. 에리는 오버홀이 자기 부모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 그냥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뿐.
3. 에리는 몸 곳곳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4. 에리가 이즈쿠에게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5. 오버홀은 에리에게 살기를 내뿜어 돌아오게 했다. (살기라는 표현을 쓴 건 밀리오입니다.)
이래 놓고 나중에 구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희망회로를 돌리는데 뭘 믿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극악한 범죄자에다 딸(?)에게 살기를 내뿜고 온갖 상처를 준 것으로 추정되는 놈이 오버홀입니다. 밀리오가 생각하는 나중에 에리가 무사히 살아 있을 보장이 있나요?
설정 두 개만 바꿔봅시다. 그러면 밀리오는 히어로 실격이 됩니다.
1. 에리는 오버홀의 친딸이 아니며 납치당한 아이였다.
2. 개성파괴탄 제조가 끝난 뒤에는 오버홀은 에리를 살려둘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죽였다.
이렇게 되면 밀리오는 빼도 박도 못하고 히어로 실격이 됩니다. 납치되었다 탈출한 아이를 납치범 손으로 돌려보내서 죽음으로 내몬 히어로 지망생.
냉정히 말하자면 에리를 쫓아가려는 이즈쿠를 막았을 때, 이미 밀리오가 원 포 올 계승자 실격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이건 초반에 바쿠고 구하기를 뒤로 미룬 히어로들보다도 못한 짓입니다. 적어도 그때의 히어로들은 바쿠고의 상태를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있었으며, 그 현 상태에서 바쿠고가 좀 더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밀리오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곳에 에리를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로크로크가 괜히 처음에 에리를 보호하지 그랬냐고 밀리오와 이즈쿠를 깐 게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그냥 넘기는데, 프로 히어로인 로크로크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임시면허를 지니고 있을 뿐인 두 사람에게도 그 정도 권한은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는데 현실에서도 저 정도 상황에서 아이를 자칭 보호자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경찰서 같은 데로 대피시킨다면 긴급피난 정도로 인정되어 아무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애가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하고 있고, 몸 곳곳이 다쳤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정도면 그럴 만한 이유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경찰서 같은 데 데려간다면 납치했다고 누명을 쓸 수도 없을 거고요.)
로크로크의 지적에 나이트아이가 한 반응을 보면 확실해집니다. 밀리오를 아주 고평가하며, 평화의 상징이 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나이트아이조차 자신의 책임이라는 말로써 그 행위가 잘한 게 아니었음을 인정합니다.
이전에 밀리오가 오버홀을 압도한 게 작가가 밀리오를 엿 먹인 거라고 주장하는 글을 제가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설프게 정의로운 밀리오의 성격이 작품 주제와 맞지 않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른 겁니다.
밀리오의 이 행위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그 당시 싸워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감안하라 하는데, 싸우지 않아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애써 언급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건 작품의 독자로서 초월적인 시선으로 에리가 죽을 리 없다고 알아서 옹호할 수 있는 거죠.
에리는 죽지 않았고 어쨌건 밀리오 본인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에리를 구해냈습리다. 밀리오가 그나마 '신중했다' 정도의 평가를 받고 끝나는 게 바로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결과가 최악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옹호해주는 독자들이 있는 거지 최악의 결과였으면 밀리오 옹호하는 상당수는 밀리오를 까기 바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밀리오는 작품 외적으로는 참 운이 좋은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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