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제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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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현재 시각은 7시 50분.
“많이도 잤구만······. 하아······.”
내 입을 비집고 나오는 한숨에 방금 들어온 민성이가 물었다.
“무슨 일 있냐?”
“별로.”
“그러냐.”
그 대화를 끝으로 나는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들었다.
“쳇, 재수 없기는······.”
작게 들려오는 그의 말에도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내가 해야 할 문제집을 풀어나갔다.
상관없으니깐, 지금 내게는 친구보다 성적이 중요하다.
“쿵-”
그가 나가고 나는 조금 더 조용한 상태에서 이어폰을 끼고 공부를 시작했다.
“슥슥-”
연필이 종이를 스치며 내는 이 소리가 나를 좀 더 진정시켜주는 듯했다.
“툭-”
문제집을 풀다 팔로 친 물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밀려났고, 나는 병수가 준 그 물체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지······.”
나는 그 상자를 가방에 거칠게 집어넣고는 문제집을 다시 풀기 시작했다.
“딩동-디리리링-딩디리딩······.”
종이 울리고 나는 문제집을 넣었다.
내가 문제집을 푸는 동안에 우리 반 애들은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와 있었다.
“아, 형석아. 1교시는 외국언데 안 갈거야?”
“아, 가야지. 진우 너는 무슨 일 있냐?”
나랑 딱히 상관은 없다만. 인사치레 겸 물어봤다.
“아니, 뭐 딱히.”
“그럼 다행이고.”
다음 시험까지 얼마 안 남아서 더 이상의 대화는 쓸 데 없다고 판단한
나는 바로 외국어 책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나와 같은 반인 진우는 나를 기다린 듯 나와 발을 맞춰서 같이 외국어 교실로 갔다.
“드르륵-”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끄럽게 떠드는 중인 아이들,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부산한 교실이 보였다.
“시끄럽네.”
“그러게······.”
나의 말에 진우가 작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종이 치기 전에 미리 복습이나 해두려고 내 자릴 찾아서 앉았다.
책을 펴고 나는 눈으로 글자를 좇으며 시간을 때웠고, 곧 종이 쳤다.
시끄럽던 아이들이 제자리로 가고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제야 좀 낫네. 이 편이 나는 훨씬 좋다.
조용하면 생각도 잘 되고 공부도 더 잘 된다.
외부 자극이 없으니 집중도가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
“오늘은······.”
선생님의 말이 시작되고 외국어 시간이 시작된다.
미친듯이 필기하고, 암기하고, 이해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끝나있다.
“반장, 인사.”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책을 옆구리에 낀 선생님이 나가고 나는 내 책을 챙겨서 우리 반으로 돌아가려 하는 순간,
진우가 나를 불러 세웠다.
“저기, 형석아.”
“응, 왜?”
“별 건 아닌데······.”
그럼 말하지 마.
시험 별로 안 남아서 남은 문제집 해야 한다고.
이런 데에 쓸 시간 없어.
“나 좋아하는 애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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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학교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기 마음대로 말을 시작한 진우는 끝내 나를 옥상으로 끌고 와서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니깐, 걔를 보면 막 떨리고······.”
뻔한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특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내가 잘 모르고, 잘 못하는 것이며,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분야였다.
“저기, 미안한데 쉬는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리고 내가 보기엔 너 정도면 고백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딱히 모자라거나 여자친구가 있어도 창피할 만한 부분이 없잖아.”
되는 대로 말하고는 내 문제집을 끝내기 위해 대화를 끝내려 하자 진우는 말했다.
“고백이 그렇게 쉬우면 내가 일찍 했겠지.
너는 사랑도 못 해봐서 모르겠지만, 되게 복잡하다고.”
“그래. 그렇겠지.”
무시하는 듯한 나의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는지, 진우가 말했다.
“지금 애 취급 하는 거냐? 사랑도 못 해본 네가 우쭐대는 게 더 유치한 거 알아?”
참는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참는다.
“네가 그렇게 잘난 줄 알아?”
그래, 그래. 마음대로 지껄여라.
별로 신경 안 쓰니까.
나는 돌아서서 옥상을 나오려고 했으나 그의 마지막 말이 내 귀에 꽂히자마자 뇌가 마비되는 듯했다.
“너 때문에 은지가 죽은 거야.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넌 살인자야.
네가 은지한테 조금만 더 따뜻하게 해줬어도 그 지경까지 되진 않았어.”
그 순간, 나는 신경 회로가 끊어졌고, 이성은 마비 되었지만 오히려 몸놀림은 재빨라졌다.
나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른손으로 그의 얼굴을 세게 후려쳤다.
ㄳㄳ.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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