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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Requiescat in Pace (R.I.P) - 3. 그저 힘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 1
NOAH | L:46/A: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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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3-0 | 조회 908 | 작성일 2012-06-13 22: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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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Requiescat in Pace (R.I.P) - 3. 그저 힘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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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저 힘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지스아가 두 번째를 처음 만났던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날의 일이다. 
 
 
 
 
“이 녀석! 오늘도냐!”
“거기서! 이 도둑놈!”
 
하얀 뒷 꽁지머리를 묶었던 고무줄이 거센 바람에 휘날려 떨어져 날아가고,
그 바람을 뚫고 허겁지겁 달려갔던 이유는 오직, 살아가기 위해서였다.
‘우물우물-’
 
“여보! 저 자식이 먹으면서 뛰는데요! 가게의 소중한 음식을!”
“괜찮아! 오늘이야말로 잡아서 본때를 보여 줄 테니까!”
 
미래의 첫 번째 지스아는 그날따라 더 끈질긴 동네 잡화점의 부부를 따돌리기에 급급했다.
평소였으면 이미 포기하고 돌아갔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그날은 얼마나 집요하게 쫒아왔었는지 마치 평원에 사는 늑대 한 마리에 쫒기는 기분이었다.
 
“내 고기는 맛없다고…”
 
시장의 많은 인파를 뚫고 부딪치기도 여러 번, 평소 숨어 지내던 골목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이 싸움은 이긴 것이라는 생각에 오른쪽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렇게 1분정도를 달린 후 골목이 보이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늑대 두 마리에 정신없이 달리긴 했어도, 수백 번은 달렸었던 그 동네의 길을 잊어버릴리는 없었다. 골목 입구에 다다르자 말이 절로 나온다. 
 
“헤헷, 내 승리…!”라고 하는 말과 동시에,
 
쿵-
무언가에 부딪힌 소리가 들린다. 어찌나 세게 부딪혔는지 이마에 커다란 혹이 바로 생겼다. 
 
“아아…” 
 
아픈 이마를 계란 주무르듯 살짝 만지고 난 뒤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분명히 따라오고 있던 늑대 두 마리.
아직 골목으로 들어가지 못했기에 자신의 모습은 분명히 그 늑대들의 눈에 보였으리라. 긴박한 상황을 눈치 채고 다시 달려가려 일어서자.
 
“이 노옴!!! 드디어 잡았다!”
 
큰일 났다. 결국 물려버렸다. 소매를 물고 있던 늑대는 도저히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힘껏 양발을 구르며 공중에서 발버둥 쳐봤지만 다 큰 어른의 힘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퍽- 누군가 지스아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마치 동양을 여행하고 있던 여행자가 본다면 단숨에, 가라데 춉-! 이라고 소리 지를 만한 손동작이었다. 그렇게 1분 동안 허공을 가르는 발길질로 사투 아닌 사투를 펼친 후 힘이 다 빠져 버린 지스아는 이내 온순한 양처럼 얌전해졌다. 
 
‘재수 없는 날이야.’
 
시장 한복판에서 뒷 소매를 붙잡혀 질질 끌려가는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미 찢어져서 한쪽 어깨밖에 덮어주지 않는 하얀 상의, 허름해질 대로 허름해진 낡은 하의. 그리고 어디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실력 참 없다-고 생각할만한 수제 나무 신발. 딱봐도.
 
“거지놈이구만-”
 
얌전히 끌려가고 있던 지스아의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였다. 한 사람이었다면 당장 찾아 끌어내어 발길질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그 소리는 이미 여러 사람에게 들려온 후였다. 또한 끌려가고 있는 입장에서 그만큼 낼 수 있는 힘도 없었다. 
 
“어느 놈의 자식이야?”
“엄마, 냄새나-”
“엄마 뒤로 오렴, 어디서 저런 애가 나타났는지 원.”
 
그렇게 5분을 질질 끌려가고 난 뒤 다다른 곳은 아까 사과하나를 훔쳐내 달아났던 잡화점의 입구.
커다란 중년의 남자가 지스아를 들어서 가게 구석에 있는 작은 방에 살짝 던져버렸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아야-하는 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이마엔 골목입구에서 부딪혔던 ‘알 수 없는 것’으로부터 생긴 커다란 혹, 머리엔 암컷 늑대의 가라데 춉-에 의해 생긴 작은 혹, 그리고 지금은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등에 생겨난 멍 자국. 
 
“사과 하나 훔쳤다고 너무하는구만.”
 
그 소리를 들은 여자가 오른손에 닭을 자르기 위해 들었던 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뜨끔- 그 모습을 보자 사지가 저려온다. 
 
“얌전히 안 있으면 이 닭처럼 만들어 줄 거야. 꼬마야.”
 
소년은 양 손으로 몸을 감싸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엔 작은 눈물 한 방울이 
찔끔-하고 고였다 이내 사라졌다.
 
 
해가 지고, 시장에 북적대던 사람들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고 무기점이나 잡화점, 대장장이 등의 여러 가게가 문을 닫기 시작한다.
골목에 숨어있던 개, 고양이들이 밥을 얻어먹기 위해 돌아간 사람들 대신 시장을 채워주기 시작했다.
특별한 것은 작은 잡화점엔 개나 고양이 대신 늑대 두 마리가 소년을 훈계하기 위해 일을 정리하고 방에 들어와 앉아있다는 점이었다.
슬슬 추워지는 날씨와 완전히 막혀있지 않는 작은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는 작은 바람에 방에서 따듯한 이불을 덮고 누워 이내 잠이 들었던 소년에게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 놈 혼내려고 데려왔더니 이 내 잠을 자고 있잖아?”
“어디서 굴러온 말 뼈다귀인지는 몰라도 배짱은 두둑하구만.”
 
퍽- 누군가 또 한 번 소년의 머리를 세게 강타했다. 
 
“아퍼! 아프다고! 아퍼! 젠장!” 
 
말과는 다르게 소년의 눈엔 다시 눈물이 한 방울 고인다.
 
“진짜 아프다고…”
 
부부가 소년을 방 중앙에 무릎 꿇은 모습으로 앉혀놓고 이내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지금까지 훔쳐갔던 고기나 야채, 과일 값은 받아야 할 거 아니냐?”
“없어.”
“너, 그럼 고아냐?”
 
소년이 코를 비비며 자그마하게 얘기했다.
 
“응. 너무 대놓고 물어보는 거 아냐?”
 
퍽-하고 소년의 머리를 향해 다시 날아오는 가라데 춉- 그 전보다 강도가 쌔진 느낌이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소년이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엎드려 이번에야 말로 울기 시작했다. 
 
“아니 이놈이 어디서 반말이야. 응?!”
“어이, 그 필살기는 이제 그만하고. 그건 내가 맞아도 굉장히 아프…!”
 
퍽-, 아프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년 남자는 자신이 받아들인 아내의 가라데 춉-을 맞더니 이내 머리를 움켜쥐고 소년과 함께 방을 구르기 시작했다. 두 남자는 몇 분 동안이나 그렇게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방을 돌아다니더니 다시 한 번 ‘춉-’ 모양을 취하는 중년 여자의 모습을 보고는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두 남자 동시에 입에서 흘러나온 첫 마디였다. 소년이 그 모습을 보더니 이내 생각했다.
 
‘이 아저씨도 한두 번 맞은 게 아니구만.’
 
중년의 남자는 다시 소년을 향해 모습을 바꿔 앉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면 일단 돈은 없다 이거지. 돈이 있었다면 애초에 훔치진 않았을 테고 말이야. 그럼 이건 어떠냐?”
“뭐가 어떤데-요.”
“여기서 일 해볼 생각 없냐? 옛날에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란 말이 있잖냐.”
“싫어-요.”
“싫어? 그럼 같이 성으로-”
 
‘성’이란 소리를 듣자마자 소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내 재빠르게 남자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일- 할래-요.”
“좋아! 그럼 일단 첫 번째 일은, 아저씨랑 씻는 거다!”
 
소년은 이내 욕실로 끌려가고 중년의 여자는 그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과 하나에 50실버! 쌉니다. 싸요! 자식과 함께 오면 하나 더 드립니다!”
중년의 남자는 아주 익숙한 듯 잡화점 주위를 목소리로 점령하기 시작했고, 이내 그 큰소리에 자식의 손을 잡고 잡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바람에 나뭇잎 쓸려가듯 잡화점의 물건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 옆엔 이제 익숙해져버린 사과를 포장하는 작은 소년의 모습이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난생처음 걸음마를 떼어 세상을 자신의 두 발로 서서 바라보는 작은 아이와도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한 달이 흘렀다-
 
소년은 늦은 밤, 밥을 찾지 못해 가련하게 우는 길 고양이의 야옹-하는 소리에 살짝 잠이 깼다.
고양이의 소리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목소리도 같이 들려온다. 
 
“저러고 자니 옛 생각 나는구먼.”
“이제 한 달밖에 안됐는데 마치 진짜 자식같이 느껴지니, 그 아이의 빈자리가 이리 컸었던 걸까요. 여보.”
“가끔 생각을 해. 저 아이는 우리에게, 신이 내려준 선물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전 아직 우리 아이가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이라도 그 동굴에.”
“아니, 이제 그 소리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신이 내려준 선물을 멋지게 포장하는 일이야.”
 
 
 
이내 길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두 사람의 말소리도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소년도 다시 스르르 잠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 새벽, 왠지 소년의 침은 짠 맛이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의 잡화점은 평소의 아침보다 더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년이 사라진 것이다.
방에 자고 있어야하는데 보이지도 않고, 욕실에서 씻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을 둘러보는 것을 그만둔 부부가 툴썩 주저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싫어서 나간 것 아닐까요?”
“그럴 린 없어. 잠시 바람이라도 쐬러 간 것이겠지. 기다리면 돌아올 거야.”
“그랬으면 좋겠지만.”
“자, 우린 장사 시작하자고-!”
 
 
 
소년의 앞엔 커다란 동굴 하나가 있었다. 주위엔 커다랗게 자란, 100년 이상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사방에 높게 자라나 있었고 사람의 흔적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왔었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오기까지 약 한 시간을 달려왔던 소년이었다. 이 숲에 오기 전에 위험-이라는 팻말을 본 것 같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소년이었다. 소년이 동굴 앞에 서서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주먹을 팍-치며 동굴로 들어갔다.
 
“아줌마, 아저씨를 위해 아들을 찾아서 돌아갈게요. 기다려 주세요.”
 
동굴 안은 깊고 음산해서 입구의 빛이 없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빛이 없어지는 건 당연했고, 점차 앞길이 보이지 않는 것 역시 당연했다.
소년은 예상했다는 듯이 오른손에 있는 작은 횃불에 불을 붙였다.
 
“동굴을 탐험하는 사람들이 우리 가게에서 꼭 사갔던 횃불, 가지고 오길 잘했어.”
 
푸드득- 푸드득- 동굴 천장에서 박쥐들이 그 빛을 보고 이내 정신없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소년도 몇 번씩이나 갑자기 나타나는 박쥐들을 보고 지례 겁을 먹어 풀썩 다리가 풀려 주저앉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여분이지나 꽤나 깊은 곳까지 온 것임을 소년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들고 있던 횃불의 빛이 아닌 다른 곳에서 흘러 내려오는 빛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달려갔다.
소년의 앞에는 매우 커다란 공간이 하나 보였고 동굴의 천장에선 하늘색 물이 고여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신기한 일도 다 있네.”하며 다시 걷는 도중 소년의 앞에 끔찍한 광경이 보였다.
“끄악-!”
 
너무 놀라서인지 그대로 들고 있던 횃불이 떨어져 불이 꺼졌다.
불이 꺼졌기에 지금은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빛에 살짝 밖에 보이지 않지만 소년은 분명히 보았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그건 한사람의 시체가 아니었다. 약 100여명의 시체, 너무 오래되 이제 해골마저도 부스럭거릴 정도의 시체들이 있었다. 
 
“뭐…뭐야 도대체 이건! 설마 이 동굴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위에서 타고 내려오는 빛을 중심으로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던 소년은 사방에 흩뿌려져 있는 시체들을 보고 생각해냈다. 
 
“…어른이 없어… 아이들뿐이라고. 여기 있는 시체들.” 
 
그 말과 동시에 동굴 더욱 깊숙한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소년에게 너무나도 크고, 장엄하게 들렸다. 
 
“제물, 새로운 제물인가.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군.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소년이 그 목소리에 채 의문을 품기도 전에 무엇인가 소년의 옆을 싹-하고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것은 ‘절대’아니었고 단지 느꼈을 뿐이었다. 주위를 관통하는 바람에 의해서.
 
“뭐지! 뭔가 있었던 것 같은!”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푹-하고 소년의 왼쪽 팔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으악!”
 
난생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말을 잊지 못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죽을 것이란 생각에 이내 자신이 떨어뜨렸던 횃불의 나무 조각을 들고 다시 반격 태세를 취하는 소년이었다. 
슉-슉-하고 자신의 주위를 계속 맴도는 그 괴물에 맞대응하기 위해 나무 조각을 들고 사방으로 휘두르는 모습은 절박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자신의 몸의 상처도 점점 깊어져만 갔다. 이번엔 왼쪽 다리가 푹-하고 무언가에 찔린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한 쪽 다리를 지탱할 힘이 없어진 소년은 이내 오른손에 들고 있던 나무 조각을 지팡이 대신 삼아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나, 죽는 건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괴물 앞에 아무런 저항조차 해볼 수 없는 상태로 맞이하는 그야말로 개죽음 같은 상황이었다.
뿌각-
 
몸을 지탱해주었던 나무 조각마저 부러지고 이내 소년은 천장을 향해 누운 형태로 쓰러졌다. 
 
하아-하아-
숨이 가빠진다. 숨 쉬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이미 몸에서 많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괴물은 소년이 쓰러지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 손가락과 다섯 발가락은 칼의 심 마냥 매우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늑대의 가죽을 입은 듯한 피부가 까칠까칠 해 보였다.
그러나 소년을 경악하게 만든 건 그런 단순한 괴물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굴이었다.
그 괴물의 얼굴에 며칠 전 사진으로 보았던, 자신을 길러주고 있는 잡화점 부부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주 앳된 얼굴, 하얀 피부에 좋아 보이는 갈색 머릿결. 그런 얼굴을 한 채로 괴물은 소년의 심장을 향해 날카로운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아줌마, 아저씨 죄송해요. 다시 데려가고 싶었을 뿐인데.’
 
푸슉- 살점을 파고드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소년이 아니었다. 눈을 살짝 뜨니 앞에 보이는 광경은, 소년의 얼굴을 한 채로 쓰러져있는 괴물의 모습. 죽은 것은 아니었다. 괴물의 어깨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일어날 힘이 없었던 소년은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한 남자가 서있었다. 2M쯤 되는 매우 큰 키에, 멀리서 바라봐도 매우 밝게 빛나는 청록색 반지를 한 남자.
보통 대장장이가 파는 갈색 가죽 상, 하의는 대충 걸쳐 입은 모습은 어디서 봐도 그냥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이게 했다.
또한 이마를 대부분 보이게 한 짧은 갈색 머리는 평범한 아저씨란 인상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모습과는 다르게 그는 보이지 않는 속도로 괴물의 옆에 다가가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 더러운 몸으로, 아이의 얼굴을 하고 내 눈앞에 서있지 마라.”
 
말이 끝나기와 동시에 괴물의 진짜 얼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년의 눈엔 단순한 말로 들렸을 뿐이지만, 마법을 잘 아는 전문가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캐스팅 속도다.’라고. 
 
즉 말만이 아니라 말이 끝나기조차 무섭게 이 남자는 괴물에게 어떠한 마법을 건 것이다. 소년은 그 길을 알 턱이 없었다.
 괴물의 얼굴에서 앳되고 작은 소년의 얼굴이 사라지고 진짜 얼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에선 더러운 노란색 침이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고 코의 형상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틀려 있었다. 날카롭게 가시처럼 솟은 귀는 자꾸 싫다는 듯이 귓구멍을 스스로 닫고 있었다.
 
“으악! 괴…괴로워!”
 
괴물은 더 이상 자신의 귀에 흘러들어오는 마법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는지 이내 거리를 벌리고 스스로 한쪽 귀를 잘라버렸다. 
 남자는 괴물에게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뚜벅뚜벅-하는 발걸음 소리가 동굴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남자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을 분명히 지켜보고 있었던 괴물이지만 어째서인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법은 걸리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하나 때문이었다. 어딜 가도 이 남자에게선 벗어날 수 없다는 참으로 인간적인 감정을, 괴물이 품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은 지쳤는지 다시 잠이 들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번편은 꽤 길어서 1,2부 나눠서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주에 한번 캐릭터 디자인 한것을 올려보려 하는데 그림은 정말 못 그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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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트
오 주인공 멋진데요?
2012-06-14 11:03:08
추천0
[L:46/A:443]
NOAH
언트님도 소설하나 써보는거 어떠세요~
2012-06-14 13:15:26
추천0
[L:36/A:132]
모란
슬프네요.. 모란은 이말을 남긴체 추천을 남기고 어딘가로 간다.
2012-06-14 11:22:44
추천0
[L:46/A:443]
NOAH
어디가시나이까~~~
2012-06-14 13:15:35
추천0
[L:8/A:392]
accelerator
착하디 착한소년일세..
2012-06-15 22:12:37
추천0
[L:46/A:443]
NOAH
보답의 의미일까요 한달동안 키워준~
2012-06-15 23:18:22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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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 창작  
공기 [6]
이그니르
2013-01-08 0-0 502
1070 창작  
공기 [8]
센스민트
2013-01-08 0-0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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