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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남 -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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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79 | 작성일 2021-02-06 15: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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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남 - 타령

“동해 바다에서 막 잡아 온 고등어요, 고등어. 이 고등어 못 먹어 본 사람 저승에 가서도 눈을 못 감을 거요. 암, 못 감지.”

  쇠꼬챙이로 고등어의 아가리를 팍 찍어 올려서 휘휘 내둘렀다. 그때마다 통통하게 살이 밴 고등어의 눈깔이 희번덕거렸다. 기수의 말마따나 그것은 언뜻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알량한 하등 생선 가지고 너스레깨나 떤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허풍은 으레 변두리 시장 바닥에 있게 마련인 시끄러운 풍물의 하나쯤으로 여기는지 아무도 잘 눈여겨 보지도 않았다.

  “얼마예요, 한 마리?”

  “아따, 값부터 물어 보시네. 이리 와 보세요. 나 아주머니 말만 잘 하시면 거저라도 드리겠소.”

  “그 양반 말 한번 푸짐하구만.”

  “우리 선조가 변호사였는갑소. 말이야 청산유수지요. 무식해서 탈이지.”

  아주머니라고 불린 여자는 마지못해 기수의 좌판 가까이 쭈빗쭈빗 다가왔다.

  “보쇼, 아주머니.”

하면서, 기수는 쇠꼬챙이로 고등어의 배때기를 타닥타닥 두들기기도 하고, 아가미를 젖혀 보이기도 하였다. 이때 손님의 팔꿈치 사이로 상고머리 고개 하나가 쑥 들어왔다.

  “아버지, 아버지, 큰일 났어요. 어머니가, 어머니가…….”

  “응, 너 왔냐? 머여, 어머니가 어쨌다고?”

  “엄마가 이상해요. 막 입에 거품을 품고…….”

  “뭣이라고?”

  기수는 하던 흥정을 멈추고 이웃 사람에게 가게를 부탁하고는 아들을 따라 허둥지둥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 사람에게 부딪치고 저 사람에게 부딪치고, 더러는 사람을 떠다밀다시피 하면서 시장에서 한참을 가야 하는 산동네로 허위허위 달려갔다.

  달려가면서도 기수는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는갑다 싶은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자꾸만 눈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면서 지금 죽어서는 안 되는데, 조금만이라도 더 살아 주어야 하는데, 복도 없는 년 왜 벌써 가니, 속으로 울었다. 아내는 아침에도 그렁저렁한 목소리로 아무래도 시원치 않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기수는 그런 아내의 손을 잡아 주면서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고, 의사 선생님도 병이란 환자의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더냐고, 그러니 지금 받아다 놓은 약만 열심히 다 먹으면 거뜬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아내는 아이들이 아니야 아니야 하고 생떼를 부리듯 도리도리를 치면서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아무래도 오래 못 살 것 같다고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기수 또래의 사람들이 다 그렇듯, 그는 아내의 병명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약만 지어다 먹였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기수와 함께 장사를 하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인가 시름시름 앓더니 마침내 몸져눕고 말았다. 겁이 덜컥 난 기수가 병원을 찾아갔지만 병원에서도 신통한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어떤 의사는 둘째아이의 산후조리가 잘못 돼서 생긴 병이라고도 하고, 어떤 의사는 신장이 몹시 나빠졌다고 하고, 어떤 의사는 종합검진을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개는 우선 환자를 입원시켜 놓고 봐야겠다고 했는데, 아내는 입원 소리만 나오면 펄쩍펄쩍 뛰면서, 아니라고, 약이나 한 며칠분 지어 주면 나을 거라고 지레 겁부터 내는 바람에, 그럴 형편도 못 되지만 애시당초 입원시키고 자시고 할 계제가 못 되었다.

  (중략)

  기수 내외는 시골에서 어울려서 거의 무일푼으로 서울에 올라와 죽자사자 일을 했다. 그 일의 가짓수를 어찌 이 자리에 늘어놓겠는가? 그만한 사람들이 겪을 만한 일을 다 겪은 셈이었다. 내외가 변두리 시장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조금씩 숨을 돌리기 시작하자, 아내는 몇 년 더 열심히 벌어서 동대문시장으로 나가자고 했다. 기수가 그렇게 되면 이놈의 장사 싹 때려치우고 더 반듯한 장사를 할 일이지, 여편네가 소갈머리가 그렇게 좁아 가지고야 맨날 이 신세 못 면할 것 아니냐고 구박을 주면 아내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그게 아니라 기왕에 장사를 시작했을 바엔 제일 큰 바닥에 나가서 여봐란 듯 좀 번듯하게 한번 벌여 보고 싶다고 했다. 그게 아내의 소원이었다. 한번 그런 소원을 품자 그것은 아내의 희망으로도, 사는 목적으로도 변했다. 오로지 그 날을 위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아직은 그럴 실력이 못 되면서도 틈만 있으면 동대문시장으로 나가 마땅한 장소를 점찍어 놓고 와서는, 좋아라고, 아직은 그럴 형편이 못 되는데도 일이 다 된 것처럼 희희낙락했다.

  기수가 집에 들이닥쳤을 때, 이미 아내는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눈이 하얗게 까뒤집힌 채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외마디 신음 소리만 들렸다.

  “여보, 여보, 나야, 나!”

  기수는 아내의 상체를 흔들며 대고 외쳐댔으나 아내는 무거운 짐일 뿐, 별반 대꾸가 없었다.

  “형철아, 의사 선생님 불러 와, 빨리! 옆집 아주머니보고 말 좀 해 빨리 가서!”

  아들 형철이가 뛰어나갔다. 그러나 의사를 부를 필요도 없었다. 아내는 힘없이 고개를 모로 떨구었다. 그리고 그만이었다. 허망했다.

  “여봇, 살 만하니까 왜 죽어. 고생만 죽도록 하더니 왜 벌써 가. 몇 년만 고생하면 동대문시장도 갈 수 있을 텐데 왜 죽어, 왜!”

  기수는 아내의 얼굴을 얼싸안고 오장육부가 찢어지는 울음을, 그러나 소리 없이 울었다.

  밤이 되자 이백 원, 삼백 원씩을 들고 온 문상객들도, 젊은 기수댁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살 만하니까 갔구먼.”

  “그러게 말이에요.”

  “꼭 그래요. 고생고생해서 이제 한숨 좀 돌리겠다 싶으면 가거든.”

  “왜 그럴까요.”

  “누가 알우. 복이 그것뿐인 게지.”

  “하늘도 무심하지.”

  아내가 죽은 지 꼭 사흘 만에 기수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변화도 없이 나발 불고 있었다.

  “동해 바다에서 막 잡아 온 고등어요, 고등어.”

  그러나 이 고등어 못 먹어 보고 저승에 간 사람은 저승에 가서도 눈을 못 감을 것이라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가 그날 어느 손님에게 생선을 싸주는 신문 쪼가리에는, 천만 원대 도박을 하다가 걸렸다는 여자들의 사진이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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