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빙행(鑿氷行) - 김창협
季冬江漢氷始壯 ( 계동강한빙시장) 늦은 겨울 한강에 얼음 두꺼워지니
千人萬人出江上 ( 천인만인출강상) 수 없이 많은 사람 강 위로 나왔네
丁丁斧斤亂相鑿 ( 정정부근난상착) 쩡 쩡 도끼질로 어지러이 찍어내니
隱隱下侵馮夷國 ( 은은하침풍이국) 울리는 그 소리 용궁까지 스미겠네
鑿出層氷似雪山 ( 착출층빙사설산) 찍어내어 쌓인 얼음 눈산을 이루니
積陰凜凜逼人寒 ( 적음늠늠핍인한) 쌓여진 한기가 사람에게 덥쳐 오네
朝朝背負入凌陰 ( 조조배부입능음) 아침 아침마다 석빙고로 져 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 ( 야야추착집강심) 밤이면 밤마다 얼음을 파 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 ( 주단야장야미휴) 겨울 밤 낮을 쉬지 않고 일을 하니
勞歌相應在中洲 ( 노가상응재중주) 주고 받는 노동요 모래톱에 걸렸네
短衣至骭足無屝 ( 단의지간족무비) 짧은 옷은 정강이를 가리지 못하고
江上嚴風欲墮指 ( 강상엄풍욕타지) 매서운 강바람 언 손가락 떨구려네
高堂六月盛炎蒸 ( 고당육월성염증) 고대광실 오뉴월 무덥고 찌는 날에
美人素手傳淸氷 ( 미인소수전청빙) 흰 손의 여인이 맑은 얼음 내어 와
鸞刀擊碎四座徧 ( 난도격쇄사좌편) 난도로 얼음을 깨 두루두루 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 ( 공리백일류소산) 맑은 대낮에도 하얀 안개 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 ( 만당환락부지서) 시끌벅적 이들은 더위 모르고 사니
誰言鑿氷此勞苦 ( 수언착빙차로고) 얼음 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아랴
君不見 ( 군불견) 그대는 모르는가?
道傍暍死民 ( 도방갈사민) 길가에서 더위먹고 죽어가는 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 ( 다시강중착빙인) 추운 겨울 강에 얼음 뜨던 이들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