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오하X유희왕] God of dimensions-프롤로그 -1-

푸른 바닷물이 한여름의 태양이 비춰주는 빛을 반사하며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일상의 옷을 벗어던지고 물놀이에 알맞는 옷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해안가를 제 집처럼 누비고 있었다.

관광명소로 유명한 하와이에서는 피서철마다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척박한 모래사장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 중 하나를 차지하고 그늘 아래의 해먹에 몸을 누인 두 남자는, 물놀이에는 관심도 없는지 한손에 든 휴대전화를 통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어, 박 의원님. 요즘 많이 바쁘시겠습니다? 거 들리는 소문을 들어봤는데 꽤 위험한 안건을 진행 중에 계신다면서요? 이러시면 우리 검찰의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집니다."

"...얼마면 되겠나?"

"죄송하지만 이번 건은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네요, 가까운 시일에 다시 뵙시다~"

"..."

"참! 그리고 보내주신 용돈은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럼 이만."

통화는 채 1분도 이어지지 않았다. 시종일관 비꼬는 태도로 대화에 임한 남자를 옆에 있는 남자가 이때라는듯이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캬, 역시 강 검사님! 그 무섭다는 박 의원을 인형 가지고 놀듯이 다루시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흥, 됐어. 그 어린놈의 자식. 무슨 짓을 하려나 한번 봐줬더니 못하는 짓이 없구만! 이게 말이나 돼? 세상천지에 어떤 미친 자식이 이런 법안을 추진하겠어?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놈이야."

"아니, 대체 어떤 법안이길래 천하의 강 검사님이 이렇게까지...?"

"Hey, Mr. Kang~Come here~"

자기들 딴에는 나름 심각한 얘기를 하던 두 남자를 한 무리의 여자들이 부른다. 본래 목적을 놔두고 무작정 고민에 빠져있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는지 몸을 일으켜 긍정의 응답을 하려던 순간, 땅이 거대한 그림자에 먹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What?"

"어?"

"응?"

하늘을 가리고 땅을 덮은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방적이면서도 무례하기 짝이 없는 통보를 받은 젊은 남자. 손에 쥔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남자는 앉아있는 자세 그대로, 상대의 거만한 태도에 화가 났는지 왼손바닥을 곧게 펴고는 책상을 지그시 내리찍었다. 어쩌면 의원이라는 자신의 직책에 걸맞는 품위를 유지하며, 자신의 감정을 점잖게라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진행 상황은?"

"오늘부터 신청서 교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좋아."

자신의 옆에 서있던 푸른색 장발을 한 묘령의 여인과 간단하게 사무적인 대화를 나눈 남자는, 책상에서 몸을 일으켜 방 어딘가로 구두 소리를 내며 뚜벅뚜벅 걸어갔다. 걸음을 멈춘 남자의 앞에는 테두리가 고풍스러운 무늬로 장식된 한 폭의 그림이 있었다.

흑과 백의 배경으로 나뉘어진 그림에는 저마다 무기를 든 사람들이 크게 소리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져있었다. 반대 방향에는 신화에서나 묘사될 법한 기이한 형태의 괴물과 각종 괴이들이 인간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원시 시대의 벽화와도 같은 이 그림은 마치 전설속의 종말전쟁을 그려넣은듯 했다. 그림을 바라보던 남자는 정면을 응시한 채로 비서에게 물음을 건냈다.

"그러고보니 그 녀석의 행방은...아직인가?"

"죄송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의 뒤를 추적하던 정보원들은 백이면 백 중간에 놓치거나, 엉망진창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최대한 서두르도록. 시간이 촉박하니."

"네!"

비서에게 더욱 확실한 성과를 주문한 남자의 왼손에는 선명한 십자가가 새겨져있었다.

"Oh my god..."

"Jesus christ!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신형 무기인가?"

"그게...아직 아무것도 확실치가 않습니다.."

미국 국방부 펜타곤에서는 하와이에서 일어난 기현상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벌이고 있었다. 열띤만큼 진전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섬 한가운데에 거대한 손바닥 모양의 크레이터, 그것도 중앙에 거대한 십자가가 새겨진 크레이터만 남기고 섬이 박살난 사례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끝인가?"

"그래. 이쯤 되면 포기할줄 알았는데. 정말 질긴 녀석이네."

이름없는 어느 숲 속. 갓 앳된 티를 벗은듯한 붉은 옷의 남자는 자신 앞에 쓰러진 양복 차림의 남자를 보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슬슬 강도가 올라간다는 느낌인걸. 방금 그녀석이 보여준 능력...정말 터무니없는 힘이야."

"걱정할 필요없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잔재주따위, 내 정령의 힘에 비할 바가 못 돼."

"하핫, 역시 든든하네. 그런데 그러고보니 이녀석, 수상한 장치를 달고 있던데,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네 말대로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미 손을 써놨으니까."

"좋아. 그러면 또 추적자가 따라붙기 전에 출발해볼까? 유벨."

"물론이지, 주다이."

만약 누군가가 이 광경을,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보았다면,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허공에다 대고 자신만의 상상속 친구와 떠드는 특이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