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을 매우 사랑하는 오타쿠인 나지만, '이세계물'만은 질색이다. 내 이름이 이계인이라서 어릴 적부터 놀림거리가 되었던 것은 그저 계기일 뿐, 결정적인 이유는 라이트 노벨이고 애니메이션이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이세계물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대체 이세계가 무슨 옆집이야? 툭하면 넘어가는 이유가 뭔데? 이세계에서 열심히 살 거라면 그냥 현실에서 열심히 살면 되잖아. 아무리 현실이 싫다지만 이세계로 도피하다니! 비겁하지 않아? 거기다 이세계로 넘어가면 치트 능력은 왜 생기는 건데? 이유 없이 여자애들이 달라붙는 이유는 또 뭐고!
──라고 인터넷에 댓글을 달고 있었습니다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허공에서 나타난 특이한 복장의, 심지어 귀까지 길고 뾰족한 미소녀에게 깔려 있었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클리셰로 가득한 상황은 대체? ……일단, 기절한 사이에 밖에다 버리고 오자. 이계에서 온 손님 따위는 초대한 적 없으니까.
용사도 싫다. 성검도 싫다. 용사를 소환하려다 사고로 역소환되어버린 미소녀 엘프 대마법사도 싫다. 이세계에 애증을 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this) 세계'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