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썰전]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
제 아버지는 기괴한 남자였습니다
역사서와 위인전에서 각종 기괴한 남자들을 많이 봐왔지만
아버지는 절대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기괴한 사내였습니다
아버지의 유일한 인색업적은 해병 수색대를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를 마치 어떤 절대적인 신에게 받은 본질적인 면죄부로 생각했는데
저에게 아주 잔혹한 폭력과 강간을 저지르고도
이건 해병 수색대인 자신의 남성성과 전사성이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갔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항상 사나이다움을 강조하셨습니다
그의 태도에서 일관성이 보였기에 저는 아버지의 훈육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저를 좆패는걸 폭력이나 고문, 방화 등이 아닌 " 승부 " 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인 제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남자인 이상 서로간에 오가는 물리력은
아무리 일방적이여도 정정당당한 승부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수학시간에 곱하기와 나누기라는 개념을 배웠습니다
빛나는 지성을 가진 저였지만
이 나누기란 개념은 참으로 오묘한것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학우들이 즐겁게 수학 익힘책을 풀어나갈때
저는 푸앵카레 정의 따위의 난제에 고전하는 고결한 수학자처럼 나누기의 개념만 읽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학기 수학시험에서 저는 4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기록하였고
이것을 인지한 아버지에게 차마 텍스트로는 묘사할 수 없는 수위의 잔혹한 강간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 저녁 아버지는 밤을 세며 저에게 나누기의 개념을 알려주었고
다음날 저는 몸은 불터어졌을지언정
마음속 깊은 곳은 지성에 대한 갈망과 앎에 대한 큰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슬슬 머리가 커졌습니다
여러 다른 부자들이 그렇듯이 저와 아버지도 서먹해졌습니다
추석에 친할머니 생가에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처음 가는 곳입니다
태어나고 16년동안 서울에서만 살았던 진정한 도시의 차도남이었던 저는
소의 대변과 좆같은 매미 말고는 볼게 없는 미개한 시골의 풍경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숲 어귀에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아버지가 저를 호출하면 대부분 애미뒤진일이 벌어지기때문에
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그를 따라갔습니다
따라간곳엔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의 작은 바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위 바로 뒤 나무에 벌집이 있었습니다
곤충이라고는 모기나 파리 따위의 귀여운 녀석들만 봐온 저는
붕붕거리며 비행하는 벌들에게 코즈믹 호러를 느끼며 아버지의 뒤로 숨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제게 말했습니다
벌은 절대 가만히 있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네가 쫄아서 허우적대면 벌들은 자신을 공격하는줄 알고 너를 공격할 것이다
네가 진정한 남자라면 저 바위에 가만히 앉아서 3분을 버텨라
아무리 제가 사자왕의 심장을 가진 진정한 상남자여도
이는 인간의 이지를 넘어서는 무시무시한 공포였습니다
아버지는 이런 저에게 실망했다며
성큼성큼 나무 아래로 걸어가 바위에 앉았습니다
저는 조만간 재생될 끔찍한 고어 비디오를 볼 자신이 없어 두 눈을 가리고 벌벌 떨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처음에는 동요하던 벌들의 날개소리가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벌은 아버지의 피부 위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묵시룩스러운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이 남자에 대한 존경심이 하늘까지 차올랐습니다
내가 이런 사람에게 배웠구나.. 저희 아버지는 진정한 사나이, 해병수색대 히틀러 살해자입니다
하지만 조만간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아버지가 일어나려 하자 벌들의 날개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에게는 그저 일어날 뿐의 행위가
벌들에게는 자신보다 수백만배의 질량을 고대 괴수가 활동을 시작하는것으로 생각되었고
본능에 따라 철저하게 아버지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방금까지 진정한 사나이였던 남자의 입에서는
저열한 불법 마조히스트 포르노 배우가 지를법한 비명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반병신이 된 채로 병원에 가서 조치를 받으셨고
지금까지도 가족이나 친척이 모이는 자리에서 가끔 회자되며 웃음거리가 되셨습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는 비극적으로 돌아가시지 않았습니다
죽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그냥 제목을 저렇게 쓰면 조회수가 많이 나올거같아서 저렇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