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zen(겨울왕국)
*움짤이 많아 약간의 렉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배경음악 없이 노래가 몇 곡 수록되어있으며 잠시나마 듣고 가는 것을 권장합니다.
스포일러는 스포일러가 나와있다고 적혀있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Frozen(겨울왕국)
디즈니 53번째 작품
0.
사실 디즈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특히나 이전 작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3D로 바뀐 작화가 그리 달갑지는 않기에
가끔 노래를 듣기 위해 검색하는 것 외에는 본 적도, 보려고 한 적도 없다.
그리고 그렇게 들은 노래들도 예전과 달리 와닿는 부분 없이 평이하고 지루하기에
옛 명성을 따라가기에는 디즈니가 이제는 많이 지쳤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디즈니의 야심작이니 뭐니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마지막 발버둥이려니,
예매율 1위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팬심이려니, 시큰둥했다.
하지만 엔딩곡인 Let it go와 함께 내려가는 엔딩크레딧을 보며
디즈니가 <프로즌(겨울왕국)>을 야심작이라고 내건 이유가 있긴 있구나 싶었다.
전체적인 배경과 이미지, 그리고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동안 실망만 안겨줬던 것과는 달리 한 곡 한 곡 빼놓지 못하게 되는 음악들.
물론 100퍼센트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괜찮다 이상은 되었다 생각한다.
1.
우선 스포 없이 줄거리에 대해 말하자면 한 나라, 더없이 친한 두 자매의 이야기다.
불운하게도 언니 엘사는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이 있어 어릴 적 동생 안나를 다치게 만든다.
그로 인해 엘사와 부모님은 안나의 기억 속에서 엘사의 능력에 대한 기억만을 지우고
엘사는 사람들의 틈에서 떨어져 성 안의 어느 외딴 방에 홀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스토리 리뷰는 후에, 우선은 음악이다.
개봉 전부터 <프로즌(겨울왕국)>을 접했던 이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을 'Let it go'.
여담이지만 시스타의 효린이 한 번 불러 설마 또 아이돌 더빙이 아니냐는 괴담까지 돌았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번만큼은 아이돌, 개그맨, 배우 등이 아닌 정식 성우가 모두 더빙을 맡았다는 기쁜 소식.
앞서 말하기도 했지만 디즈니의 노래는 정말 언제 들어도 좋기에 자주 찾아 듣는 편이다.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라거나 인어공주의 'Part Of Your World'는 아직도 자주 듣는 곡일 정도.
그렇기에 그동안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노래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이게 정말 디즈니에서 나온 노래가 맞을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그렇기에 'Let it go'를 들으면서도 이 노래가 전부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몇 분 되지 않아 나는 곧바로 그 생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노크부터가 어라, 싶더니 노래로 이어가는 것이 귀엽다.
특히나 아무 생각 없이 무심히 보던 내가 집중하게 된 시작이기도 했던 이유는
귀엽기도 귀여운 노래였지만 은근히 안나의 외로움과 서운함이 섞여 묘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런 안나에게 다가가고 싶어하면서도 저주 혹은 능력으로 인해 다가가지 못하는
엘사도 작게나마 느껴져 둘이 안쓰러운 그런 기분이었다.
엘사와 안나의 모습은 자매, 언니 여동생의 모습을 보며 혼자 감탄했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이런 식으로 언니 여동생, 자매의 모습을 외향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도 하구나 싶었다.
파란색 계열의 색과 치켜올라간 눈, 날렵한 턱선, 차가운 색감의 백금발은
엘사의 이미지를 무뚝뚝하고 차갑게만 보여주기도 하지만 역으로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을 준다.
양갈래로 땋은 머리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이미지와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은
안나의 이미지를 발랄하면서도 어린, 전형적인 여동생의 이미지를 준다.
덧붙여 그로 인해서 둘이 너무 닮지 않아진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아마 그런 생각이 달라질 것이고 더 말하면 스포가 될 터이니 넘기도록 하겠다.
2.
앞서 말했지만 디즈니의 지금 작화는 내 취향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번 <프로즌(겨울왕국)>은 그야말로 눈호강이 아니었나 싶다.
* 참고로 이 눈사람 캐릭터는 한국인이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이번 <프로즌(겨울왕국>>애니메이션 영상미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유.
배경이 눈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색으로 인한 차가운 느낌을 주게 되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보다는 동화 같은 신비한 느낌에다가 가끔은 포근한 느낌까지 주곤 한다.
아는 지식이 없기에 정확히 어떤 이유라 말할 수는 없지만 캐릭터와
드문드문 들어가는 초록색 계열의 색과 보라색 색감이 주는 탓이 아닐까 싶다.
ㅠ.ㅠ보다 더 정확히 알아 이렇고 이렇기 때문이라고 전하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고 민망할 따름...
개인적으로 멍하니 한참동안 쳐다봤던 장면.
화면으로는 이렇지만 커다란 영화관의 화면으로 본다면 얼마나 예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에서 야심작이라고 내거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구나 싶다.
정말 움짤만 봐도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질 정도.
2.5 (스포일러)
이 애니메이션에서 놀라웠던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디즈니의 단골 주제인 사랑.
디즈니는 어느 나라의 예쁜 공주와 어느 나라의 잘생긴 왕자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았다는 운명적인 전개의 이야기가 많다.
굳이 예시를 들지 않더라도 다들 머릿속으로 하나 혹은 그 이상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안나 역시 디즈니 전개에 따라 우연히 어느 나라의 몇 번째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미친 것 같은 말이지만, 당신에게 청혼해도 될까요?"
"미친 것 같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대답해도 될까요?"
우연적인, 혹은 운명적인 만남.
이제 훌쩍 자라버린 누군가는 뭐야 저게, 라면서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낭만이 남은 누군가에게는 손을 꼭 잡으면서 얼굴을 붉힐 수도 있는 만남이었다.
둘의 만남은 엘사에게는 전자였고 안나에게는 후자였다.
그리고 엘사는 그런 만남을 반대한다.
결국에는 언니 말 안 듣고 결혼하겠다며 땡깡 피우다가 겨우 숨긴 언니의 능력을
커밍아웃 시켜버리고는 왕비인 언니를 마을에서 쫓겨나게 만드는 공주님 여동생 안나.
그래놓고서는 언니를 되찾겠다며 언니가 떠난 북쪽 산으로 안나는 떠난다.
떠나는 내내 만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왕자는 자신의 사랑이 맞다고 확신하면서.
그리고 결국은 언니에게 혼쭐만 나고 죽기 일보직전인 상태로 왕국으로 돌아온다.
물론 언니의 말대로 안나의 진짜 사랑이 그 남자였을 리가 없다.
그는 첫째도 아닌 자신이 권력을 잡을 수 없다며 공주인 안나를 노렸을 뿐이었다고 말하며
왕국에 영원한 겨울을 내리고 괴물이 되어버린 엘사를 처치하고 영웅이 되겠다고는 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사실은 이 부분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디즈니의 진실이라면서 도시괴담처럼 떠도는 이야기들이 있긴 했었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았을 때 디즈니는 항상 밝은 내용이었지,
그렇게 어두운 내용이 직접적으로 나온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런 어두운 내용을 말한 사람이 전형적인 악인이었다면 모를까,
남자주인공(인 줄 알았던 사람)이었으니 그 충격이 작지만은 않았다.
그의 뒷통수에 대한 복선이 얕게 깔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남자주인공과 가짜 남자주인공의 차이가 크다는 것도 약간의 충격.
(上크리스토피 下한스)
은 넝담~ ( ?° ?? ?°)
프로즌(겨울 왕국)>은 남녀간의 사랑보다 자매간의 사랑이 주요 내용이다.
이미 관련 2차창작에서는 엘사안나 커플링이 많이 회자되고 있고
<프로즌(겨울왕국)>에 관련된 리뷰들을 보고 있노라면 '퀴어'와 관련된 단어를 상당수 보게 된다.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이 영화가 성소수자에 관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리뷰를 보노라면 어, 그런가, 싶기는 하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들리고 저렇게 말하면 저렇게 들리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연인간의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자매간의 사랑도 있는 것인데 과잉해석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항상 다루는 디즈니식의 연인 간의 낭만적인 사랑에서 벗어난 데다가
그동안의 그런 운명적인, 동시에 우연적인 사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판하는 점이 꽤 재밌었다.
"처음 본 사람이랑 결혼을 약속해요? 부모님께서 처음 본 사람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아요?
아니, 그 사람 아침식사 버릇이 어떤지는 알아요? 만약에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해요?"
사랑에 빠진 안나의 말에 크리스토피는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운명적인, 동시에 우연적인 만남과 사랑의 낭만적인 스토리를 즐겨 쓰던 디즈니에서
크리스토피의 대사는 꽤나 뜻밖이었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는 앞으로의 디즈니에서의 변화를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프로즌>만의 특징일까.
3.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디즈니 신작 <프로즌(겨울왕국)>은 많은 변화와 시도가 들어간 작품이다.
또한 오랜만의 디즈니 다운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내가 이 작품에게 주고 싶은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이다.
5점의 이유는 스토리.
고작 스토리 하나 때문에 점수를 반이나 깎느냐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 그런 질문이 있다면 그 정도로 스토리가 작품을 너무 많이 망쳐놓았다고 대답하고 싶다.
앞에 올린 노래 'Let it go'는 능력을 들킨 엘사가 왕국에서 쫓겨나는 부분이다.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왕비가 쫓겨나는 건 너무하지 않냐)
영화 개봉 전부터 몇 번이나 보면서 기대했던 부분이었지만 실제로 보면 허무하기 이를 데 없는 전개.
내용에 A와 B가 있다면 덩어리가 있긴 있지만 붙어있지는 않는 것과 같은 모습.
분명 둘이 있고 순서가 있기는 하는데 연결되어있지는 않다고 할까.
이 부분 하나면 다행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안나와 엘사, 크리스토피 세 사람의 연결관계도 애매모호하다.
안나가 자신의 운명이라 믿었던 몇 번 째 왕자에게서 크리스토피로 마음이 돌아가는 것 같은데
어딜 봐도 안나가 크리스토피를 사랑하는 것 같은 부분은 조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둘의 연애플래그를 찾으면 눈사람 올라프가 크리스토피르를 보며
"진정한 사랑이야!"라는 언질을 던지는 것과 정황 상 둘이 이어지겠거니 하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또한 안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진실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굳이 이러한 내용을 넣어야 했었나, 싶을 정도로 막연하고 쓸모없을 정도로 뜬금없었다.
왜 제목이 프로즌인가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던데
어쩌면 이 파개범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디즈니에 연애가 없을 리가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지 사실 커플은 없고
안나와 엘사의 자매애밖에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저 있다.
하지만 그럴 거면 도대체 진정한 사랑이니 뭐니 하면서 남녀관계처럼 엮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혹자의 말처럼 디즈니는 성소수자에 대한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4
흐지부지하고 어색한 전개가 몰입을 떨어뜨리고 지루하게 만들어서 싫었던 것도 있지만
디즈니의 첫번째 시청자는 분명 10대 초반, 혹은 그 이하의 아이들일텐데 내용이 너무 성숙한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초등학생 틈에서 이 영화를 본 지인은 처음에 시끌시끌하게 보던 초등학생들이
마지막에 가서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더라고 증언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만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좋았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역동적인 캐릭터들의 모습들과 위트있는 입담, 배경들과 노래들이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기에.
리뷰와 함께 올린 움짤이나 영상을 보면서 느낀 분들도 있겠지만
정말 디즈니가 힘 좀 썼구나 하는 게 확연히 눈에 보인다.
한국은 외국영화만큼은 꽤 오래 상영해주니 여유있게 생각해보고
동한다면 한 번 보고 그냥 그렇다면 노래만 듣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건 정말 영화관에서 봐야한다, 라고 열과 성을 다해 추천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이 많기에.
그래도 노래의 감동을 보다 더 느끼고 싶다면 영화관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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