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준조세 부담, 18년만에 최대 상승
우리나라 국민이 내는 세금과 준조세 부담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 조세 수첩'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국민 부담률은 26.8%로 전년(25.4%) 대비 1.4%포인트 올랐다. 상승 폭은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폭이다. 국민 부담률이란 국민이 낸 세금에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준조세 성격의 사회보장성 기금을 합한 금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국민 부담률이 올랐다는 것은 납세자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국민 부담률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말인 2007년과 2012년에 23.7%로 같았고,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에는 24.7%로 소폭 상승했다. 이 비율이 2년 만인 지난해 26.8%로 크게 오른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과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인한 세금 증가, 그리고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인상 등의 여파 때문이다.
한 예로,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민석(가명·40)씨가 매달 손에 쥐는 돈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각종 세금에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 등이 줄줄이 오르면서 400만원대 월급이 몇 년째 그대로다. 김씨 월급(세전)은 2년 새 83만원 올라 498만원에서 581만원이 됐지만, 실제 손에 쥐는 월급은 420만원에서 480만원쯤으로 60만원가량 올랐다. 이것저것 뗀 금액이 20만원 안팎 되는 것이다. 소득세(22만→30만원)가 오른 데다, 건강보험료(14만3000→16만5000원), 고용보험료(2만7000→4만2000원)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김씨는 "맞벌이하는 우리 부부가 결혼 10년 만에 대출 끼고 장만한 20평대 아파트 값이 올라 재산세도 무섭게 불었다"고 했다. 재산세는 2016년 128만원, 2017년 139만원에서 올해 175만원쯤까지 오를 것으로 계산됐다.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세금이 빨리 오르며 국민 부담률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명목 경제성장률은 3%에 그쳤지만, 법인세 수입은 전년 대비 19.9% 늘었다. 지난해 조세 총수입은 37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문재인 케어 확대로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가 오른 것도 국민 부담률 상승의 한 원인이 됐다. 건강보험료는 박근혜 정부 때 최대 인상 폭이 1.7%였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건강보험료율은 올해 3.49% 인상에 이어 내년엔 3.2% 인상으로 결정됐다.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우리 국민 부담률은 OECD 평균(34.2%)보단 낮지만,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다. 최근 4년동안 (2013~2017년) OECD의 국민 부담률은 0.8%포인트 상승에 그친 데 비해, 우리나라 국민 부담률은 세 배 수준인 2.3%포인트나 뛰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세금은 물론 사회보험료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국민의 소비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 부담률이 급속히 늘지 않도록 복지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