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고(婦人苦) - 백거이
蟬鬢加意梳 (선빈가의소) 긴 머리 곱게 빗어 올리고
蛾眉用心掃 (아미용심소) 정성들여 고운 눈썹 다듬네
幾度曉粧成 (기도효장성) 새벽 화장 벌써 몇 번째인가
君看不言好 (군간불언호) 낭군은 보고도 곱다 않는데
妾身重同穴 (첩신중동혈) 죽어 같이 뭍히길 바래보지만
君意輕偕老 (군의경해로) 낭군은 백년해로 가벼이 아네
惆悵去年來 (추창거년래) 전부터 슬퍼하며 원망했지만
心知未能道 (심지미능도) 마음에만 담아두고 말 안했네
今朝一開口 (금조일개구) 오늘 아침에야 처음 입을 여니
語少意何深 (어소의하심) 짧은 말이지만 깊은 뜻 실었네
願引他時事 (원인타시사) 지난 날의 일들을 되돌아보아
移君此日心 (이군차일심) 변한 그대 마음을 돌리었으면
人言夫婦親 (인언부부친) 사람들이 이르기를 부부 사이는
義合如一身 (의합여일신) 한 몸 같이 다정해야 한다지만
及至死生際 (급지사생제) 하나 죽고 하나만 살게 될 때면
何曾苦樂均 (하증고락균) 고통받고 안받음이 어찌 같으리
婦人一喪夫 (부인일상부) 여자는 남편 죽어 혼자 되면은
終身守孤孑 (종신수고혈) 죽도록 외로이 살아야만 하니
有如林中竹 (유여림중죽) 그 신세 숲 속의 대나무 같아
忽被風吹折 (홀피풍취절)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꺽고
一折不重生 (일절불중생) 한번 꺽이면 다신 살 수 없으니
枯死猶抱節 (고사유포절) 말라 죽어도 절개는 지켜야 하네
男兒若喪婦 (남아약상부) 남자는 만약에 아내가 죽어도
能不暫傷情 (능불잠상정) 마음에 상처야 없지 않겠지만
應似門前柳 (응사문전류) 마치 문 앞의 버들과 같이
逢春易發榮 (봉춘이발영) 봄이 오면 다시 무성해지고
風吹一枝折 (풍취일지절) 바람 불어 가지 하나 꺽이어진들
還有一枝生 (환유일지생) 다시 또 가지 하나 생겨난다네
爲君委曲言 (위군위곡언) 낭군께 간곡히 부탁드리니
願君再三聽 (원군재삼청) 바라건데 재삼 새겨 듣기를
須知婦人苦 (수지부인고) 부디 아내의 괴로움 알아
從此莫相輕 (종차막상경) 이제부턴 가벼이 여기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