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대하여 - 신경림
비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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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나무에 잎을 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때로는 땅갗을 뚫고 솟거나 산기슭을 굽돌아 샘이나 개울이 되어 사람을 모아 마을을 만들고 먼 데 사람까지를 불러 저자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심술이 나면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물고 할퀴어 나무들 줄줄 피 흘리고 상처 나게 만들고 더러는 아예 뿌리째 뽑아 들판에 메다꽂는다. 마을과 저자를 성난 발길질로 허물고 두려워 떠는 사람들을 거친 언덕에 내팽개친다. 하룻밤 새 마음이 가라앉아 다시 나무들 열매 맺고 사람들 새로 마을을 만들게 하는 너를 보고 사람들은 하지만 네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좇아 만들고 허물고 다시 만들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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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보다도 더 사나운 발길질과 주먹질로 할퀴고 간 역사까지도 끝내는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