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인칭 + 대명사 (1) - 바나나 + 송이
수견식 | L:0/A:0
26/70
LV3 | Exp.3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631 | 작성일 2013-04-15 09:35:16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인칭 + 대명사 (1) - 바나나 + 송이

2011년 9월 23일 토요일 + 부산 망미구에 있는 산. 해발 357M.

오전 일곱 시 십칠 분. + 해가 막 떠올랐다.

 

  눈을 떴다. 소나무 숲 사이로 쪼개져 들어오는 햇볕을 맞으며 기지개를 편다.

산에서 지내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평소 아침 운동 삼아 자주 올랐지만, 이 산의 이름 따위는 아직 모른다.

 

  “일어났냐.”

 

  선영이가 나를 내려다보며 졸린 눈을 비빈다. 사람의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른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 꼴을 보니 딱 그런 것 같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라면 우린 강의실에서 들어오는 서로를 향해 인사도 없이 데면데면하게 쳐다보고 있었겠지.

 

  “밑에는 좀 어때? 특별한 거 뭐 보이던?”

 

  밑이란, 말 그대로 이 산 밑을 말하는 것이다. 선영이는 고개를 젓는다.

 

  “아직 잘 모르겠어.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잘 안 보여. 해가 떴는데도 불을 켜놓은 채로 있는 세대가 꽤 있는 걸로 봐선…… 그대로이지 않을까 아마.”

 

  망원경을 넘겨받는다. 품질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물건이고, 밑은 온통 아파트 단지라 시계가(視界) 좁았다. 선영이 말대로 밖을 나돌아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경비로 보이는 사람들 뿐. 아니,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거지. 겉으론 봐서는…….

 

  “그렇겠네. 일단 좀 더 머물러 봐야겠어.”

 

  이 일이 벌어졌을 때는 어디로 몸을 숨길 지 무척 고민했었다.

 

  좀비 영화라든가 뭔가 인간에게 위험이 되는 괴물 들이 나오는 매체에서, 산은 고려할 만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산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피신처를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누군가’가 다가오는 걸 막는데 취약하며, 먹을 것을 구하기도 무척 힘들다. 물론 야생 동물을 사냥한다든지 산에서 나는 버섯 등을 먹으면 되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별다른 도구가 없이 있을 지도 없을 지도 모르는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채널에 나오는 서바이벌 전문가의 이야기다. 애초에 도구가 있다 하더라도, 고작 이 작은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에 체력을 다 소진하는 보통 사람들로는 무리다.

 

  버섯?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버섯 종류는 다섯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버섯들은 대게 이런 산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버섯 뿐 아니라 산에서 자생하는 많은 식물은 먹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설령 그런 풀 몇 포기를 식량의 전부로 삼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물 좀 줄래?”

 

  하지만 좋은 점 하나가 있다면, 등산객이 일반적으로 찾는 곳이라면 물을 구하기 쉽다는 것이다. 사실 안정적인 식수원이라는 점이 내게는 가장 매력적이었다. 약수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가방을 열어 바나나를 꺼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바나나를 씹고 삼킨다. 갈변 현상이 적당히 일어나 있어 달콤하다.

 

  “바나난 몇 개 남았어?”

 

  걱정스러운 듯 선영이가 묻는다. 가방 안 봉지를 들쳐보니, 반송이 정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진 않고, 애매하게 “며칠 먹을 것쯤 있다”고 해두었다. 바나나 외의 식량은 초콜릿 바, 떠먹는 요구르트, 햄 몇 줄 뿐. 상할 우려가 있는 요구르트와 햄을 먼저 해치우고 나니 바나나가 며칠간 주식이 돼버렸다.

 

  “어디, 바나나 열리는 나무는 없나.”

 

  딴에는 웃겨보겠다고 한 소리지만, 선영인 다 먹은 바나나 껍질을 신경질적으로 던져버린다. 이렇게 얘기하면 마치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겠지만, 여자와 단 둘이 있다고 해서 만화나 재난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사랑이 싹트는’일 따위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몸을 데우는 데 뭔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바나나의 것과는 다른 열량.

 

“가보자.”

 

   가방을 등에 메고 피신처를 나설 준비를 한다. 피신처라고 해봐야, 뭘 거창하게 만든 건 아니고 족구 하는 아저씨들이 족구장 옆에 지어놓은 작은 판잣집을 쓰고 있을 뿐이다. 어쨌거나 별다른 캠핑 장비도 없는데 땅바닥에서 한뎃잠을 잘 순 없는 노릇이니. 평소 때 이곳을 지나다니면서 봐두길 잘했다.

 

   이곳은 (비교적) 쾌적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 말고도 여러 장점이 있다. 정상 부근이라 시야가 좋은 점도 그렇고, 창고 같은 공간에는 망치 등의 공구나 여러 자재를 쓸 수 있다는 점이 한 몫 했다. 간단한 소독약이나 붕대를 갖춰 놓기도 했으니 이 산에서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겠지. 퀴퀴한 냄새는 나지만 말이다.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10094 시 문학  
서덕준 /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黑수저
2018-09-10 0-0 172
10093 시 문학  
유안진-계란을 생각하며                  
김무제
2018-09-10 0-0 145
10092 시 문학  
윤동주-호주머니                          
김무제
2018-09-10 0-0 128
10091 시 문학  
천상병-귀천
김무제
2018-09-10 0-0 110
10090 창작  
나게문학) 복수극 [1]
크루시픽스
2018-09-10 0-0 128
10089 시 문학  
위로가 필요한 날엔 하늘을 봐 1+2
黑수저
2018-09-10 0-0 113
10088 시 문학  
꽃이 지나간다
黑수저
2018-09-10 0-0 124
10087 창작  
시)민들레 꽃 [1]
샘화
2012-10-25 0-0 609
10086 창작  
에스트레야 - 1화 스테른 (수정;;) [4]
샘화
2012-10-25 0-0 606
10085 창작  
무서운 그애#1~2 [2]
한돌프
2012-10-25 0-0 612
10084 창작  
괴물자매 2화 [4]
사카타킨토키
2012-10-08 0-0 580
10083 창작  
세상
아카즈치
2012-12-18 0-0 573
10082 창작  
마법 학교에서 마법은 사용이 제한됩니다. - 03 [1]
삼철
2013-04-15 0-0 621
10081 창작  
[심심해서 쓴 소설]드림세이버 6화
어둠의인도자
2012-12-18 0-0 680
10080 창작  
KFC챔피언쉽 [3]
정훈
2012-10-05 0-0 711
10079 창작  
괴물자매 1화 [4]
사카타킨토키
2012-10-06 0-0 541
10078 창작  
KFC챔피언쉽 2화
정훈
2012-10-06 0-0 705
10077 창작  
인칭 + 대명사 [4]
수견식
2013-04-15 0-0 688
창작  
인칭 + 대명사 (1) - 바나나 + 송이
수견식
2013-04-15 0-0 631
10075 창작  
인칭 + 대명사 (2) - 장 + 보기
수견식
2013-04-16 0-0 606
10074 창작  
인칭 + 대명사 (3) - 바나나 + 껍질
수견식
2013-04-16 0-0 605
10073 창작  
인칭 + 대명사 (4) - 요구르트 + 바나나 [1]
수견식
2013-04-17 0-0 649
10072 창작  
마법 학교에서 마법은 사용이 제한됩니다. - 04
삼철
2013-04-17 0-0 592
10071 창작  
로프 ! 1화 [1]
정훈
2012-10-10 0-0 749
10070 창작  
내가 하믄 니는 하지 마라. -15 [1]
삼철
2012-10-09 0-0 753
      
<<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