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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4) - 요구르트 +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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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650 | 작성일 2013-04-17 04: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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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4) - 요구르트 + 바나나

2011년 9월 17일 월요일 + 부산 배산 도시철도역 부근의 대형마트.

오후 일곱 시 삼십 분. + 하늘이 어스레하다.

 

  마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연효는 주변을 급하게 둘러본다. 장을 보는 사이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이것 좀 놔!”


  아직까지 이 녀석이 내 팔을 꽉 잡고 있었다. 아까는 몰랐지만 지금은 피가 쏠릴 만큼 아프다. 연효는 당황해하며 팔을 놓는다. 
 

나는 아직까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내 눈으로 보고서도 믿지 못 하겠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대로 집으로 걸어가고 싶어. 하지만 내 눈은 지금도 뒤쪽의 계단을 곁눈질하고 있다. 혹시나……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나를 향해 뛰어 올까봐.
 

“경찰 불러!” “사람 살려요!”
 

  길 위는 온통 똑같이 생긴 사람들로 가득하다. 똑같은 사람들이 서로를 찢고, 비명을 지르고, 비명을 지르게 하고 있다. 차들도 멈춰 서 있다. 저 안에도 똑같은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을……까.
 

  “야, 너 지금 집에 가족들 있어?”
 

  연효가 나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물어본다.
 

  “아니, 부모님은 지금 해외여행 가셨…….”
 

  말을 하는 순간 머릿속에 땡하고 종소리가 울린다. 부모님……? 지금 혹시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휴대전화를 꺼내서 전화를 하려던 참에 연효가 다시 내 팔을 붙잡는다.
 

  “그럼 이따가 해! 지금 당장 튀어야 해!”
 

  “뭐?! 어디…….”
 

  어디로……. 라는 끝말은 채 나오지 않는다. 김연효는 다시 내 팔을 붙잡고는 뛰기 시작한다. 눈앞이 빠르게 지나간다. 기차를 탄 것처럼. 
 

  작은 슈퍼마켓 앞에서 멈춰 선다. 연효는 쏜살같이 가게로 들어서더니 대뜸 가방에 뭔가를 쑤셔 넣기 시작한다.
 

  “김연효, 너 뭐해?”
 

  “야, 아무거나 좋으니까 먹을 거 좀 채워 넣어! 부피 작고 안 상하는 걸로. 빨리!”
 

  뭐? 부피 작고 안 상하는 거? 그런 거 따질 정신이 있냐, 너는. 연효는 백팩에 초코바를 잔뜩 집어넣고 있었고 나는 들고 온 비닐봉지에 손에 잡히는 대로 떠먹는 요구르트와 바나나를 집어넣었다. 아 근데 우리 이렇게 계산 안 하고 함부로 집어넣어도 되나?
 

  “야, 근데 이러면 계산은 어떡…….”
 

  말을 하며 카운터 쪽을 돌아본 순간 나는 얼어붙고 만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푹 엎어져 있다. 그리고 그 위로는 그 사람을 빼닮은 사람이, 이 물건들을 계산해줄 바코드 리더기를 들고 아주머니의 뒤통수를 찍어 내리고 있다.
 

  아…….
 

  “계산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야해.”
 

  연효는 백팩을 등에 메고는 성큼성큼 가게를 나선다. 나도 그를 따라나서는 순간, 바코드 리더기를 들고 있는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뭔가 묘하게 하얀 눈. 흰자위는 우유처럼 새하얗다. 그 눈 위로 점점, 빨간 핏물이 튀어 오르고 있지만 아줌마는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다.
 

  퍽! 퍽! 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피와 살점이 튄다. 바코드를 읽을 수 없는 건지 삑삑 거리는 기계음도 함께 울린다,

 

 

2011년 9월 17일 월요일 + 주택가에 있는 한 원룸

오후 일곱 시 오십 분. + 땅거미는 떠난 지 오래다.

 

 

“바나나……와 떠먹는 요구르트라. 하필 가져와도…….”

 

녀석은 지금 내가 가져온 먹을거리들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정신없이 김연효를 따라 달려온 곳은 녀석의 집. 작은 원룸이다. 아무래도 녀석은 혼자 사는 것 같다.

 

“아니, 부피 작고 자시고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어딨냐? 그보다 먹을 건 왜 가지고 오라고 한 건데?”

 

랩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을 마냥 퍼붓는다. 사실, 이렇게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자꾸 아까 본 광경들이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앞에 있는 이놈은, 이상하리만치 침착해 보인다.

 

“지금, 빨리 어디로든지 피해야 돼. 안 그럼 여기 들이닥치는 놈들도 있을 테고, 우리는…….”

 

“야, 김연효.”

 

이상해. 넌 왜 그렇게 침착하게, 무슨 수련회 조교처럼 굴기 시작하니? 그리고 그건, 왜 계속 들고 있는건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연효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너, 너 그 칼 내려놔.”

 

“뭐?”

 

녀석은 여기 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주방에서 식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벽에 기대서 앉은 채 이때까지 죽 들고 있다.

 

“무섭단 말이야, 그거. 왜 들고 있는 건데?”

 

“왜냐니. 언제 여기에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들이닥치다니, 아 그 똑같은 사람들 말인가……. 잠깐. 여기까지 오면서는 떠올리지 못 했던, 아니 않았던 질문이 슬그머니 생각의 주머니를 비집고 나온다. 믿기 힘들지만, 지금 바깥에선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나타나 서로를 죽이고 있다.

 

그런데 왜……. 나와 똑같이 생긴 건 나타나지 않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릿속을 퍼뜩 지나가는 뭔가가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상해보일 만큼, 연효에게 소리를 지른다.

 

“뭐?! 들이닥치다니, 누가? 너 지금 나한테서도, 그, 그게 나타날까봐 지금 그러는, 그러는 거지? 맞지? 너, 너 지금……그러면 그걸 죽이려고……. 아니 나를 죽이려는 거지? 그치?”

 

“진정해, 선영아.”

 

그래, 이런 거였어. 이 녀석은 지금 내가 새로 생기는 게 무서워서……아니 내가 무서워서 이러는 거야. 그래.

 

“뭘 진정해? 맞잖아. 친한 척 내 이름 부르지 마. 나는, 나는…….”

 

머릿속이 포화상태다. 온갖 생각들이 엉키고 엉켜,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엔 아무런 의미 조각도 섞여 있지 않은 것 같다.

 

“야……? 가까이 오지 마!”

 

갑자기 녀석이 일어난다. 칼을 든 채로.

 

“오지마라고! 오지 마, 안 그러면……, 안 그러면…….”

 

안 그러면…….에서 말이 막힌다. 안 그러면, 그 다음엔 내가 뭘 할 수 있지?

 

“대문으로 가. 언제든지 문 열 수 있게 준비하고.”

 

눈 깜빡할 새에 연효는 나를 지나쳐간다. 뭐지? 연효는 내게서 눈을 돌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나도 그를 따라 눈을 돌리니, 그는 화장실이라고 생각되는 곳의 문을 바라보고 있다. 찰칵.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난다. 누가 있는 건가?

 

“뭐? 야, 여기 누가 더 있는…….”

 

‘누가 있었다’기보다는, ‘생겼다’고 해야 할까?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와 똑같이 생긴 뭔가가 걸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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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견식
생각해보니 문단, 대사마다 한 줄씩 띄우면 굳이 들여쓰기를 안 해도 되는 거였어...가독성도 좋고
2013-04-17 04:30:26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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