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作
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교외(東京郊外)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차거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