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직선 -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 - 도종환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이 치켜세운 추녀를 보라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 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러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것을 본다
사철 푸름 홍송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행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