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의상 : 조지훈 시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이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 밤이 두견(杜鵑)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와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회장저고리
회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나린 고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古典)을 말하는 한마리
호접(胡蝶)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지어다.
* 감상 : 조지훈 시의 매력은 고전미(古典美)에 있다.
고전 시대의 풍물에서 즐겨 제재를 구하여 독특하고 우아한 필치로 노래하여 한국적 정감을 잘 고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