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 유치환 시
바위 : 유치환 시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 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감상
· 바위는 무엇보다도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의 표상
· 이를 의인화하여 ‘안으로만 안으로만 채찍질하여’라고 함
· 그리하여 바위는 모든 흔들림을 초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등은 ‘초월적 경지’를 동양화적인 수법으로 처리
· 구름, 원뢰는 바위의 경지에 도달한 시인에게 주어지는 ‘외부적 자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