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랑 살아가는 법 #04
#04 귀신과 공부했다"음... 어렵네요..."
귀신씨가 내 수학책을 보면서 말하였다.
"아무리 중3이여도 이차함수 정도는 나오니까 말이지."
"저 일차함수까지는 배운 기억이 있어요!"
일차함수는 중1과정. 즉 귀신씨는 실제 나이로 치자면 고3정도 된다는 건가? 여성에 비해 키가 큰건 이유가 있었군. 아니, 귀신은 성장 안하지 않아?!
"수학에서 그렇게 열내지 마. 너가 도와줄 과목은 따로 있으니까."
"에? 저를 쓰시려는 건가요?!"
살짝 당황한 표정. 아니, 예상했지만 진짜로 할 줄이야?! 정도의 표정?
"물론이지. 집에서 머무는 대가로 사용정도는 해 줘야지."
"진우씨는 여자를 쓰시는군요! 실증나면 버리는 플레이보이 타입?!"
"아니, 넌 귀신이니까 여자에서 제외고 내가 딱히 그런 건 아냐."
"여자에서 제외라뇨! 아무리 저라도 그런 장난에는 상처받는다구요!"
팔짱을 끼며 시선을 돌리는 귀신씨. 삐져버린건가?
"내가 여자로 보면 어쩔건데?"
"적극적으로! 아니 육체적으로 매일매일 봉사해 드릴게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하는 귀신씨. 날 놀리는 데에 재미가 붙은 모양이다.
"그것 참 기쁘네."
"그죠?!"
"아니."
"엣?!"
"진우씨가 가장 좋아하는!"
"입 다물어."
귀신씨가 소리지르려는 것을 머리를 누르는 것으로 막아냈다. 솔직히 막을 필요는 없지만.
"자꾸 누르면 키 안 자란 다구요!!"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말하는 귀신씨.
"어, 그것 참 잘됐네. 난 사실 로리콘이야."
"그렇군요! 예상은 했었습니다!"
나에게 손가락을 지목하며 자신있는 얼굴로 말하는 귀신씨.
"장난에 장단 맞춰준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내가 작은 체형에 귀엽고 애교가 많고 모성애를 자극하며 지켜주고싶은 여자애가 타입인건 사실이지만 로리콘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왜냐고? 난 14세 이상의 여자도 이 조건만 만족하면 좋아하니까.
"그보다 역시 진우씨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맞는거죠?"
"아니. 딱히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만?"
"그래도 '가정'은 모든 남자의 로망!! 당연한 거죠!"
"너 중학교 1학년 까지만 다녀서 모르겠지만 1학년 이후에는 가정에서 그런 부류의 내용이 없어."
5초간의 정적.
"에에에에에에에에엣?!"
생각보다... 아니, 딱 생각한 만큼 놀라는 귀신씨.
"그게 말이 되나요?! 그걸 빼면 도대체 인생에서 진심으로 도움이 될 단원이나 과목이 어디 있냐구요!!!"
"수학."
"수학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이 네가지만 알면 된다구요!"
"과학."
"과학같이 어려운 것을 머리에 넣고 다니는 사람들은 과학자죠!"
"영어."
"전 외국에 나갈 생각이 없다구요!"
"사회."
"그건 우리나라의 정치가들부터 먼저 보라고 전해주세요!"
"역사."
"옛것을 뒤돌아 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구요!"
"국어."
"일상 회화가 가능할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일본어."
"일본어는! ... 어라? 그건 필요할 지도 모르겠네요?"
"에? 외국에 안 나간다면서?"
"만약 다운받았던 최신애니의 자막이 안 먹힐때 유용하죠!"
"너 그냥 가만히 있는게 좋을 것 같아."
오랜만에 옳은 소리를 하나 했더니...
"특활? 저건 뭔가요?"
귀신씨가 시간표의 5, 6 교시를 차지한 과목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였다.
"특별활동의 준말. 굳이 따지면 수업시간에 하는 부활동 정도일까?"
"그런가요? 진우씨는 무슨 부이신가요?"
"나는..."
"아! 저 알 것 같아요!"
우수에 찬 눈빛으로 말하는 귀신씨. 뭔가 딴죽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SOS단이죠?!"
"그런 세계 범위의 동아리는 들고싶지 않아."
"그렇다면 고전부?"
"누나가 없어서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봐."
"그렇다면 경음부인가요?"
"난 애초에 여자가 아니잖아..."
"아! 그렇다면 호스트부!"
"슬프지만 이 얼굴론 무리잖냐..."
"그러면 학생부인가요?"
"아니, 그럴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터라."
"설마하는 그 이웃사촌부?!"
"동성친구가 그렇게 없지는 않아."
"대체 무슨 부인가요!! 세기말 오컬!!"
"그 이상 말하지 마."
뭔가 말을 끝내야만 될 것 같은 느낌이 일본 쓰나미같이 몰려왔다.
"에휴... 포기할게요! 어떤 부인가요?"
귀신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애초에 왜 한숨을 내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대단한건 아니다만..."
"괜찮아요! 절대 실망 안 할게요!"
자신있는 목소리. 이 정도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애초에 실망 해야할 이유가 없잖아.
"또래상담부. 학교에서 상담을 받으려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지루한 부야."
"... 그렇군요."
실망한 기색 쩔어! 눈에서 질렸다는 느낌이 그대로 나오고있어! 머리 위에 겨우 그거냐? 라는 문구가 보인다고!
"가끔 재밌는 애들이 오긴 해."
"오! 예를 들면요?"
갑자기 흥미가 붙은 듯 싶은 귀신씨. 야단났다... 그냥 빈말로 해본 건데.
"음... 예를 들어 전교 3등이면서 성적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던가?"
"그런 인간들은 지구에서 사라져야 해요!!"
아까의 실망한 눈빛이 사라졌다. 지금은 조금 살기를 띄고 있을지도?
"그거 외에도 진짜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던가?"
"에? 평범한데요?"
"의뢰인이 여자야."
"과연! GL이군요!"
자신의 특기 분야가 나오자 조금 기분이 풀린 듯 하다.
"그리고 더 없나요?!"
월척이네.
"뭐, 더 있긴 한데 잘 기억나지 않아."
"혹시 여자가 성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하자 진우씨가 자신의 힘으로 직접!!"
너무 띄워준 듯 하다. 절망상태 아니면 하이텐션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변덕이 심한 거야...
"아무튼 가보면 알아."
"네~"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귀신씨와 나는 부실로 향했다.
정치가가 이런곳 방문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을거라 믿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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