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 : 김춘수 시
능금 : 김춘수 시
Ⅰ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
Ⅱ
이미 가 버린 그 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 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
Ⅲ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
* 성격 : 주지적
* 어조 : 존재의 신비를 발견하는 경이감을 담은, 차분한 어조
* 특징
· 대상에 대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그려 나감
· 소재를 독특하게 해석하여 대상의 ‘이미지’를 전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