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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 김수영
에리리 | L:60/A: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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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55 | 작성일 2019-11-05 22: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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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 김수영

 

병풍은 무엇에서부터라도 나를 끊어준다.

등지고 있는 얼굴이여

주검에 취(醉)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서

병풍은 무엇을 향(向)하여서도 무관심(無關心)하다.

주검의 전면(全面) 같은 너의 얼굴 위에

용(龍)이 있고 낙일(落日)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끊어야 할 것이 설움이라고 하면서

병풍은 허위(虛僞)의 높이보다도 더 높은 곳에

비폭(飛瀑)을 놓고 유도(幽島)를 점지한다.

가장 어려운 곳에 놓여 있는 병풍은

내 앞에 서서 주검을 가지고 주검을 막고 있다.

나는 병풍을 바라보고

달은 나의 등 뒤에서 병풍의 주인 육칠옹해사(六七翁海士)의 인장(印章)을 비추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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