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 - 이상
명경 - 이상
여기 한페-지 거울이 있으니
잊은 계절에서는
얹은머리가 폭포처럼 내리우고
울어도 젖지 않고
맞대고 웃어도 휘지 않고
장미처럼 착착접힌
귀
들여다보아도 들여다보아도
조용한 세상이 맑기만 하고
코로는 피로한 향기가 오지 않는다.
만적만적 하는 대로 수심이 평행하는
부러 그러는 것 같은 거절
우편으로 옮겨앉은 심장일망정 고동이
없으란 법 없으니
설마 그런? 어디......
하고 손이 갈 때 지문이 지문을
가로막으며
선뜩하는 차단뿐이다.
오월이면 하루 한번이고
열 번이고 외출하고 싶어하더니
나갔든길에 안돌아오는 수도 있는 법
거울이 책장 같으면 한 장 넘겨서
맞섰든 계절을 만나련만
여기 있는 한페-지
거울은 페-지의 그냥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