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길 - 김광규
날을 생각을 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요즘은 달리려 하지도 않는다.
걷기조차 싫어 타려고 한다.
(우리는 주로 버스나 전철에 실려 다니는데)
타면 모두들 앉으려 한다.
앉아서 졸며 기대려 한다.
피곤해서가 아니다.
돈벌이가 끝날 때마다
머리는 퇴화하고
온 몸엔 비늘이 돋고
피는 식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을 반쯤 감은 채
익숙한 발걸음은 집으로 간다.
우리는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간다.
파충류처럼 늪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