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일지 1 - 무인도를 위하여 김종해
을지로에서 노를 젓다가 잠시 멈추다.
사라져 가는 것, 떨어져 가는 것, 시들어 가는 것들의 흘러내림
그것들의 부음(訃音) 위에 떠서 노질을 하다.
아아, 부질없구나.
그물을 던지고 낚시질하여 날 것을 익혀 먹는 일
오늘은 갑판 위에 나와 크게 느끼다.
오늘 하루 집어등(集魚燈)을 끄고 남몰래 눈물짓다.
손이 부르트도록 날마다 을지로에서 노를 젓고 저음이여
수부(水夫)의 청춘을 다 바쳐 찾고자 하는 것
삭풍 아래 떨면서 잠시 청계천 쪽에 정박하다.
헛되고 헛되도다. 무인도여
한 잔의 술잔 속에서도 얼비치는 저 무인도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다.
그러나 눈보라 날리는 엄동 속에서도 나의 배는 가야 한다.
눈을 감고서도 선명히 떠오르는 저 별빛을 향하여
나는 노질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