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한 줌과 이슬 한 방울 - 김현승
온 세계는
황금으로 굳고 무쇠로 녹슨 땅
봄비가 내려도 스며들지 않고
새 소리도 날아왔다.
씨앗을 뿌릴 곳 없어
날아가 버린다.
온 세계는
엉겅퀴로 마른 땅
땀을 뿌려도 받지 않고
꽃봉오리도
머리를 들다 머리를 들다
타는 혀끝으로 잠기고 만다.
우리의 흙 한 줌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가슴에서 파낼까?
우리의 이슬 한 방울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눈빛
누구의 혀끝에서 구할까?
우리들의 꽃 한 송이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얼굴
누구의 입가에서 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