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도자 부르조아 - 최승호
반이 깎여 나간 산의 반쪽엔
키 작은 나무들만 남아 있었다.
부르도자가 남은 산의 반쪽을 뭉개려고
무쇠 턱을 들고 다가가고
돌과 흙더미를 옮기는 인부들도 보였다.
그때 푸른 잔디 아름다운 숲 속에선
평화롭게 골프 치는 사람들
그들은 골프공을 움직이는 힘으로도
거뜬하게 산을 옮기고
해안선을 움직여 지도를 바꿔 놓는다.
산골짜기 마을을 한꺼번에 인공 호수로 덮어 버리는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누군가의 작은 실수로
엄청난 초능력을 얻게 된 그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