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의 자긍 - 오보영
나는 가을의 꽃이다
드높고 파아란 하늘을
환히 비추이는 햇살을
..
한결 돋보이게 한다는데 대한
무한한 자부심이 있다
결실의 계절이 왔음도 알리고
얼마 남지 않은 한해 시간의 흐름도 알려주어
곧 닥쳐올 겨울 추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부여받은 소명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감당함으로써
나의 나됨의 도리에 정성을 다한다는
뿌듯한 자긍심이다
물론 이는 결코
내가 있음으로 가을이 존재한다는
오만한 ‘주인행세’가 아니라
오로지 순리에 따라
주어진 소임을 다한다는
책임감이 앞선 ‘주인의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