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있었다 - 신동엽
노래하고 있었다.
달리는 열차 속에
창가 기대앉아
지나가는 풍경
바라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물결
양털 같은 세월 위서
너는 노래하고 있었다.
죄없는 사람
가로수 밑 걸으며
또각또각 구둣소리
눈녹아 하늘로 번질 때
하늘은 바람
대지 위 고요
노래하고 있었다.
창가 기대앉아
지나가는 들녘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로수 위
구름 위
보이지 않는 영화로운
미래로의 소리로,
거대한 신은
소맷깃 뿌리며
부처님 같은 얼굴로
내 괴로움 위서
노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