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날리는 날 - 신동엽
지금은 어디 갔을까.
눈은 날리고
아흔 아홉 굽이 넘어
바람은 부는데
상여집 양달 아래
콧물 흘리며
국수 팔던 할멈.
그 논길을 타고
한 달을 가면, 지금도
일곱의 우는 딸들
걸레에 싸안고
대한(大寒)의 문 앞에 서서 있을
바람 소리여
하늘은 광란······
까치도 쉬어 넘던
동해 마루턱
보이는 건 눈에 묻은 나,
나와 빠알간 까치밥.
아랫도리 걷어올린
바람아,
머릿다발 이겨 붙여 산막(山幕) 뒤꼍
다숩던
얼음꽃
입술의 맛이여.
눈은 날리고
아흔 아홉 굽이 넘어
한(恨),
한은 쫓기는데
상여집 양달 아래
트렁크 끌르며
쉐탈 갈아입던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