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일들에 대한 바람 - 박건삼
아침마다
네게 전화를 거는 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네 목소리를 듣고
기다림의 거리를 가늠하고자 함이오
해질 무렵
널 인사동 목로주점에서 만나자는 건
무슨 특별한 까닭이 있어서가 아니라
네 초롱한 눈망울에서
삶의 현주소를 확인하고자 함이다
오늘
비 내리는 밤
네게 편지를 쓰는건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빗속에
너를 향한 그리움이 함께 젖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찮은 일
작은 일들이 모여 하루를 이루나니
그대 있음에
산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치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