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 신동엽
팔월의 하늘에는
구름도 없고
바람 부는 가로수,
피난가는 내 소녀는
영어를 알고
있었지.
나뭇게 끄을며
절길 오른
바랑,
산골길 칠백리엔
이마 훔치던
원효선사.
원두막 밑에선 미국 간 아들
편질 읽으며 칠순 할아버지가
사관침 장죽에 쑥을 버무려 넣고
있었지.
패랭이 달린
황토 언덕
젯트편대가
강을 울리면
배꼽 내논 아해들은
풀뿌리 씹으며
구경을 하고.
마(馬), 진(辰) 사람네
조개무덤 쌓던
댕댕이 넌출 고을엔
수평 멀리
함성소리만
불 질려 오른다.
꽃신 놓인 토방
놋거울은 닳고,
콩밭 매는 뒷곁
황진이 숲속선
땅 즐겁게
멍석 딸기가
익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