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지 - 전성규
새벽이면
신명조체 잘 다듬어진
신문사설을 읽고,
아침을 먹고, 차에 시동을 켜고,
그렇게 하얀 커텐을 걷어내며
하루의 등살에 떠밀리는 日常.
공휴일엔
낚시가방 둘러메고
38낚시터 햇살 출렁이는
강가에 앉아
가스트로 쓰린 위액을
약수통 가득 헹구어 내기도 한다.
가끔은
아내가 시장에서 사온 삼겹살에
상추쌈을 싸먹으며
쏘주 한 잔의 쓰디쓴 행복을
음미하기도 하고,
김장철엔 동네 아주머니들
보쌈김치 잘 익은 손맛에
유년의 추억들을
아쉬움처럼 소금에
절여 먹기도 한다.
매년 한 번씩
거리마다 캐롤송이 흘러나오고
그렇게 겨울의 어깨너머로
귀성객 떡볶이 같은 설날이 오면
떡국 한 그릇 만큼의 분량을
삶의 이력서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겨울의 찬바람이 하얀 비늘을
오버코트 위에 털어 낼 때
우리는 싱싱한 생선회의 초장 같은
입맛으로
서로의 겨울을 이야기한다.
매양 반복되는 생활의 레일 위에서
우린 오늘도 탈고 안된
습작노트만을 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