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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장석주
김무제 | L:57/A:221
519/2,490
LV124 | Exp.20%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82 | 작성일 2020-03-29 00: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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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장석주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지 3월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제 슬픔 하나라도 집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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